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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fn사설] 법·정책 제자리, 한국 AI 빅3 도약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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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G, 한국 경쟁력 2류급 평가
산업진흥 법안 국회 통과 시급


파이낸셜뉴스

출처 연합뉴스


우리나라 인공지능(AI) 경쟁력이 글로벌 2군 수준에 불과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73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AI 성숙도 매트릭스' 보고서에 나온 결과다. 캐나다, 중국, 싱가포르, 영국, 미국(알파벳 순) 5개국이 AI에 대한 높은 수준의 준비상태를 보인 'AI 선도국가'로 분류됐다. 한국은 호주,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말레이시아, 스페인, 대만 등과 함께 'AI 안정적 경쟁국가'에 포함됐다.

BCG 보고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경쟁력 순위와 확연히 다르다. 우리 정부가 AI 관련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한국이 글로벌 3위권이라는 점을 강조해와서다.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하는 '글로벌 AI 순위'를 주로 인용해왔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3위권에 속한다.

물론 조사 방법에 따라 보고서 내용이 다를 수 있다. 최근까지 AI에 대한 정부의 공식 판단은 안심할 단계라는 인식을 줬다. 그러나 글로벌 AI 판도 변화를 보고 있으면 한국의 AI 발전 속도가 심각하게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거대언어모델 분야는 미국의 빅테크가 이미 평정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나마 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한 응용 비즈니스 분야에서 선전을 기대하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제로 오픈AI,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가 쏟아내는 새로운 AI 비즈니스 서비스들을 보면 앞날이 캄캄할 지경이다. 가령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 서비스는 동영상으로 급속 이동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내놓는 서비스들은 이미지 생성 서비스 단계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9월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당시 야심차게 제시한 목표는 2027년까지 AI 분야에서 미국·중국에 이은 3대 강국(G3)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글로벌 AI 경쟁 구도를 보면 정부의 목표가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의아하다.

우리의 현재 실력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는 게 큰 문제다. 기술력과 제도 등에서 전반적으로 뒤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더구나 기업들이 아무리 경쟁력 배가에 나서더라도 정부의 뒷받침이 없다면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AI가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금은 탄핵 정국에 직면하면서 정부의 기능도 마비될 지경이다. 덩달아 AI 활성화를 위한 AI기본법도 국회가 정쟁에 휩싸이면서 표류 중이다. AI기본법은 고위험 영역 AI 고지 의무 부과 등 규제와 AI산업 육성과 활용 지원 등 진흥책을 함께 담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한국 AI 기업들이 스스로 발목에 잡혀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 상황을 내심 반길 것이다. 정치적 위기와 별개로 AI 산업 진흥을 위한 법안 통과와 정책 마련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음을 통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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