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의 크루즈.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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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완성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GM·지엠)가 로보택시 사업에서 철수한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택시 개발에 8년간 14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막대한 투자 비용과 치열해지는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든 것이다. 이에 따라, 북미 로보택시 시장은 테슬라와 구글의 웨이모 간 2파전 구도로 흘러갈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각) 지엠은 로보택시 사업에 대한 모든 투자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엠이 지난 2016년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크루즈를 인수하며 로보택시 사업에 뛰어든지 8년 만이다. 지엠은 “로보택시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시간과 자원, 그리고 부쩍 치열해진 경쟁을 감안했을 때, 자본 분배 우선순위에 따라 더 이상 크루즈의 로보택시 개발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익을 내지 못하고 막대한 비용만 잡아먹는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지엠은 사업 철수로 연간 10억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거라 전망했다. 한 때 2030년부터는 연간 50억 달러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던 전망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지엠 주가는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2.2% 상승했다.
크루즈는 완전자회사로 만든 뒤 흡수합병해 지엠의 기술 개발 부문과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로보택시 사업은 접고, 그 대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완성차에 탑재될 운전자 보조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엠은 현재 90% 가량 보유한 크루즈의 나머지 지분을 사들여 내년 상반기 중 합병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지엠이 수익성 떨어지는 사업에 대한 투자를 잇달아 축소·철회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지난 2일엔 엘지(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건설 중인 얼티엄셀즈 배터리 제3공장 지분을 엔솔에 매각하며 투자를 철회했다. 미국 내 전기 트럭 공장 가동 중단을 미루며 내년까지 북미에서 전기차 100만대를 생산하겠다던 목표도 사실상 폐기했다.
로보택시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고 후퇴한 건 지엠 뿐 아니다. 앞서 지난해 10월엔 포드와 폴크스바겐이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에이아이(AI)에 대한 추가 투자를 중단하며 회사가 문을 닫은 바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포기한 로보택시 시장에는 빅테크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만 남아 테슬라와 경쟁할 전망이다. 웨이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일부 지역으로 제한됐던 서비스 지역을 최근 로스앤젤레스 전 지역과 마이애미 등으로 확장하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 역시 막대한 자율주행 데이터와 독보적인 자율주행 방식으로 무장했다.
현대차 역시 자율주행 기술업체 모셔널을 통해 북미에서 무인 로보택시 사업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시장 진출로 전략도 다변화했다. 다만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모셔널은 지엠의 크루즈와 비슷하게 큰 기술적 진전 없이 매해 5천억원∼1조원 정도 적자를 기록 중이라 주가 평가절하를 벗어나려면 자율주행 인공지능에 대한 로드맵을 뚜렷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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