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반상 운영 능력으로 이지현 9단에 승리
‘춘란배’ 등 향후 세계대회서도 좋은 성적 기대
박정환(32) 9단이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내 최고 권위의 프로 기전인 ‘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우승상금 7,000만 원) 결승(3번기·3전2선승제) 2국에서 이지현(31) 9단에게 157수 만에 항서를 받아냈다. 박 9단은 이로써 전날 1국에 이어 2국에서도 승리를 확정, 3번기로 진행된 이번 ‘제47기 명인전’의 우승컵도 차지했다. 성남=류기찬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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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으로 무장한 베테랑의 저력은 결정적인 순간에 입증됐다. 험난했던 여정 속에서도 특유의 균형 잡힌 반상(盤上) 운영 능력이 뒷받침되면서다. 숱한 두드림 끝에 생애 첫 ‘명인’ 타이틀을 거머쥔 박정환(32) 9단의 역량이다.
박 9단은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내 최고 권위의 프로 기전인 ‘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우승상금 7,000만 원) 결승(3번기·3전2선승제) 2국에서 이지현(31) 9단에게 157수 만에 항서를 받아냈다. 박 9단은 이로써 전날 1국에 이어 2국에서도 승리를 가져가면서 3번기로 진행된 이번 ‘제47기 명인전’의 우승컵도 차지했다. 또한 세계 메이저 기전 타이틀 5개를 포함해 국내외 각종 기전에서 수집한 누적 우승 트로피도 36개로 늘었다.
이날 대국에 앞선 예상은 박 9단의 우세로 점쳐졌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데다, 전날 1국에서 승리한 기세까지 감안해서다. 하지만 초반 판세는 팽팽하게 흘렀다. 좌하귀에서 실리(집)를 박 9단에게 내줬지만 중앙과 상변으로 이어진 이 9단의 세력도 두터웠다. 승부처는 대국 중반 무렵부터 찾아왔다. 우하귀와 하변으로 이어진 접전에서 이 9단의 수읽기 착오를 응징한 박 9단이 전체적인 주도권까지 확보하고 나선 것. 특히 이 과정에서 이 9단의 무리수로 인해 희미했던 박 9단의 우변 진영이 오히려 확정적인 실리로 굳어졌다. 승부수로 이어갔던 이 9단의 행마가 패착으로 지목되면서 역효과만 가져왔던 셈이다. 열세를 인지한 이 9단이 마지막으로 상변에 놓인 상대방의 대마 공격에 올인하고 나섰지만 박 9단의 정밀한 수읽기까지 동반된 타개책에 막히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이 9단의 수순은 이어졌지만 4시간 가까이 진행됐던 이 대국도 결국 박 9단에게 접수됐다.
11일 경기 성남시 판교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내 최고 권위의 프로 기전인 ‘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우승상금 7,000만 원) 결승(3번기·3전2선승제) 2국에서 이지현(31) 9단에게 승리한 박정환(32) 9단이 대국 직후, 복기를 진행하고 있다. 성남=류기찬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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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둑 채널에서 ‘제47기 명인전’ 결승 2국의 해설위원으로 나섰던 안형준(35) 5단은 “이번 명인전 결승 2국에서 보여줬던 박 9단의 귀신같은 타개 능력에 소름까지 돋았다”며 "인공지능(AI) 승률 그래프마저 오류로 느껴질 정도였다”고 박 9단의 위기 관리 능력을 호평했다. 이어 “뛰어난 공격을 갖춘 이 9단도 이번 명인전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알리기엔 충분했다”며 “앞으로 이어질 각종 기전에서도 좋은 성적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명인’ 반열에 오른 박 9단은 향후 예정된 대회에서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박 9단은 현재 세계 메이저 기전인 ‘제15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전’(우승상금 1억8,000만 원) 8강에 진출, 중국 바둑의 강자인 구쯔하오(26) 9단과 맞대결을 앞둔 상태다. 올해 진출했던 각종 세계대회에서 고배를 마셨던 박 9단에겐 마지막으로 남겨진 이 춘란배에서 반드시 우승컵까지 가져오겠단 각오다. 박 9단은 또 내년 초, 중국에서 이어질 한·중·일 국가대항전인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우승상금 5억 원)에 신진서(24) 9단과 더불어 한국 팀의 우승 사냥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제47기 명인전’ 우승을 확정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박 9단은 “1국을 이겨서 마음이 편해지면서 부담 없이 2국에도 임할 수 있었다”며 “프로바둑 기사가 되고 나서 꼭 우승하고 싶었던 기전이 명인전이었는데, 이번에 이 꿈을 이룰 수 있어서 너무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 9단은 이와 함께 “그동안 세계대회에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팬들에게도 많은 실망을 안긴 것 같다”며 “이번 명인전 우승을 계기로 앞으로 세계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그동안 47차례에 걸쳐 이어졌던 ‘명인전’ 우승자는 11명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이창호 9단이 13회로 가장 많고 조훈현 9단(12회)과 서봉수 9단(7회), 이세돌 9단(은퇴·4회), 박영훈 9단(3회), 고 조남철 9단(2회), 신진서 9단(2회) 등이 타이틀 보유자로 기록됐다. 이어 박정환 9단을 포함해 고 김인 9단과 최철한 9단, 신민준 9단 등도 한 차례씩 정상에 올랐다. 지난 1968년 한국일보에서 창설한 명인전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진 하이원리조트와 함께 해온 이후 2021년부턴 SG그룹과 동행하고 있다.
‘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대진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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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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