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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계엄·탄핵에 밀린 ICT법안…국회 문턱 못 넘고 표류 [IT클로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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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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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에 접어들면서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법안 처리가 정치적 현안에 의해 후순위로 밀리게 됐다. 국회에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성립 여부를 두고 여야간 법리 공방을 이어가는 한편 오는 14일 진행될 '탄핵소추안 표결' 및 '김건희 특검법' 등 정치적 현안들이 상임위원회 우선순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11일 IT업계 등에 따르면, 반도체·인공지능(AI)·통신 관련 법안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주 52시간 적용 제외 등을 골자로 한 '반도체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에 계류된 상태에서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까지 정책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관련 상임위의 법안소위가 취소되면서 법안 통과가 내년으로 미뤄진 셈이다.

AI 기본법과 단통법 폐지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상정할 예정이었던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이하 AI 기본법)'은 윤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를 규명할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밀려 논의되지 못했다.

지난달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던 AI 기본법은 관련 산업의 발전과 지원 근거 기준을 명시하는 한편 신뢰 기반 조성에 대한 기본사항 등을 담은 법안이다. 국회 과방위를 통과할 때까지만 해도 연내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비상계엄과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 놓이면서 AI 기본법도 국회 논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됐다.

이날 IT업계에선 한국의 AI 기술 성숙도와 잠재력이 전 세계 '2군'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와, AI 기본법 제정이 늦춰지는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미국의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이날 공개한 'AI 성숙도 매트릭스 보고서'에서 37개국에 대한 AI 수준을 평가한 결과 한국을 비롯해 호주,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말레이시아, 스페인, 대만 등 23개국을 2군 그룹인 'AI 안정적 경쟁 국가'로 평가했다. 1군 그룹인 'AI 선도국가'엔 미국, 중국, 영국, 싱가포르, 캐나다 등 5개국이 포함됐다.

그동안 정부가 'AI G3(주요 3국)'를 강조하며 한국의 AI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내세웠던 점을 감안하면 괴리가 크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정기국회 기간 내 처리가 유력했던 단통법 폐지안도 연내 통과가 어렵게 됐다. 단통법 폐지에 따른 후속조치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 법사위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후속 조치 논의에 따라 후순위로 밀렸다.

박충권 의원(국민의힘)안과 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안을 병합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공시지원금을 없애는 한편 선택약정 할인을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병합안에선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 조항을 삭제하되 선언적 의미로 ▲거주 지역 ▲나이 ▲신체적 조건 등의 사유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급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통신사가 제조사의 장려금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의무조항도 신설했다.

ICT 현안들에 대한 논의 가능성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이달 내 과기정통부가 발표할 예정이었던 '알뜰폰 활성화 종합대책'도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회 과방위가 대기업 알뜰폰 시장점유율 규제를 추진해온 만큼 주무부처와의 종합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정치 현안이 먼저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폐지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의 경우,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이마저도 국회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R&D 예타 폐지안은 계엄 사태 여파로 국무회의 안건 상정이 무산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는 해당 법률 개정을 통해 국가R&D사업과 R&D 수행에 필수적인 건설 공사 등을 예타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이를 대체할 '맞춤형 심사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이달 내 해당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 상반기에 심사가 통과되면 같은 해 하반기에 새로운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치적 현안이 우선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불투명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이 외에 국가기간 전력망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 체계를 담은 '전력망 확충법'을 비롯해 '해상풍력특별법'과 '고준위방폐장특별법'도 논의되지 못한 채 후순위로 밀려났다.

한편 국회 법사위는 이날 '윤석열 내란사태 관련 현안질의'를 통해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을 상대로 진상 추궁에 나섰다. 여야 의원들은 지난 3일 밤 선포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내란죄 성립여부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윤 대통령의 내란죄가 성립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했지만 여당의 경우 법원 판단을 구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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