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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단독] 尹, 2023년 ‘계엄 3인방’ 승진 때만 “대적관·국가관” 이례적 연설 [비상계엄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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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자들과 사전 밀착 의혹

여·이·곽 나란히 사령관 임명 때

尹, 軍진급행사 최초 7분간 연설

경호처장·국방장관 맡았던 김용현

尹 공개행사 1114건 중 387회 동석

계엄사령관 박안수 10여번 동참

尹, 2024년 軍 방문 휴가 때도 김·박 동행

2024년 軍골프장서 총 9번 ‘라운딩’

野 “함께 골프 친 대상 조사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군 핵심 인물들이 대거 포함된 장성 진급 행사에서 이례적으로 긴 격려 연설을 통해 ‘국가관’, ‘대적관’을 언급하며 장병 정신교육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란죄 혐의로 구속된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 김용현(충암고 7회·육사 38기) 전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 행사를 최소 300회 이상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고,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육사 46기) 육군참모총장도 10차례 이상 대통령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장성들의 신고에 거수 경례로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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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6일 ‘장성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끈으로 된 깃발) 수여식’ 행사에서 진급 장군들을 대상으로 7분간 연설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0번의 ‘장성 진급·보직’ 행사를 주재했지만 이날을 제외하면 대체로 대통령 발언은 생략하고 비공개로 담소하거나 한 차례 1분간 간략히 격려하는 데 그쳤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수사 선상에 오른 곽종근(육사 47기)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육사 48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충암고 17회·육사 48기)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을 각각 소장에서 중장으로 승진시키고 해당 보직에 임명했다. 이들 외에도 육해공군 장성 총 9명이 진급했다. 행사에는 경호처장이던 김 전 국방장관도 배석했다.

세계일보

그날의 인사들 한자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열린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 행사에서 경례를 받고 있다. 당시 진급 대상자 중 ‘12·3 비상계엄 사태’ 핵심 인물인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이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해 해당 보직에 각각 임명됐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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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당일 오후 5시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며 “지휘관은 부하 장병을 사랑해야 그들이 지휘관의 명을 위기 시에 따를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의 안보는 값비싼 무기와 첨단 전력을 갖춰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장병들의 교육 훈련과 대적관 그리고 정신 자세”라며 진급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지휘관으로 나가면 우리 장병들이 이런 첨단 전력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을 잘 시켜주고 아울러 확고한 국가관과 대적관, 안보 태세를 가질 수 있도록 정신교육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윤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북한 핵 위협을 언급하며 “북한은 선제 핵 공격을 자신들의 헌법에 법제화하고 있다”며 “대남 적화통일을 위해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삼정검 수치는 처음 장군이 될 때 받은 삼정검에 직책을 명시한 수치를 국군통수권자가 직접 달아주는 진급 행사다.

기자들이 동행 취재한 윤 대통령의 공개행사 1114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김 전 장관은 경호처장 재직 당시를 포함해 윤 대통령 행사에만 최소 387회 이상 참석했다. 이는 대통령실 이도운(393회) 홍보수석보다 조금 적고 이기정(293회) 의전비서관보다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말 취임한 박 참모총장은 지난달 국가조찬기도회, 10월 국군의날 행사, 지난해 12월 방산수출 전략회의 등 진급 전후를 포함해 최소 10차례 이상 대통령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난 8월 여름휴가를 윤 대통령이 군과의 스킨십을 늘리는 ‘안보 휴가’로 활용한 점도 재조명받고 있다. 4박5일간의 휴가 중 2박4일을 군부대 관련 일정으로 채우고 군 수뇌부 및 장병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때 대부분의 일정은 김 전 국방장관이 수행했고, 박 참모총장 등 이번 사태 관련 인물들도 일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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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계룡대 전투통제실을 방문, 장병을 격려하고 있다. 윤 대통령 왼쪽 뒤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박 참모총장 뒤는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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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5일부터 9일까지 여름휴가를 보낸 윤 대통령은 경남 진해 해군기지와 충남 계룡대 3군 본부 등을 잇달아 방문해 머물며 군 관계자들과 시간을 보냈다. 특히 일부 일정은 김건희 여사와 별도로 윤 대통령만 움직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6일부터 7일까지 진해 해군기지에서 해군 및 해병대 장병들을 주로 만났다. 이어 8일과 9일에는 계룡대를 임기 중 세 번째로 찾아 전시지휘시설(U-3)을 방문하고 박 참모총장 등 3군 참모총장들과 함께 구역을 돌아보며 소통했다. 대통령실에서 당시 배포한 사진에는 박 참모총장이 윤 대통령의 바로 뒤에서 걷거나 환하게 웃으며 박수 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당시 대통령 경호처장이던 김 전 국방장관도 사진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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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함께 국민참관단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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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계룡대 방문 일정 중이던 8월8일 군 체력단련장인 구룡대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기도 했다. 당시 경호처장이던 김 전 국방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8월8일과 9일 계룡 구룡대에서 운동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장병들 중 가장 고생하는 부사관들과 중령 영관급 실무자들하고 라운드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야당에 따르면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7차례가량 군 골프장을 찾은 만큼 함께 골프를 친 대상과 이번 사태 관련 여부도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구룡대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이날 저녁에는 특전사 간부 등과 다과 및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곽 전 특전사령관의 참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군 소식통은 “김 전 장관이 대통령과 군 관계자들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자신의 권위를 높이려고 했을 수 있다”며 “계급 사회인 군에서 대통령이 갖는 상징성은 인사 대상인 장성들에게는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조병욱·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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