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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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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겨울바다에 뛰어들었다…"내년엔 제대로 잘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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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차디찬 겨울 바다에서 2025년 가을을 기약했다.

프로야구 한화 투수 류현진·장시환(37)·장민재(34)·이태양(34), 포수 이재원(36)·최재훈(35), 내야수 채은성(34)·안치홍(34) 등 베테랑 선수 8명은 11일 함께 대전 인근 바닷가를 찾아 외투를 벗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류현진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면서 "팬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러 겨울 바다에 다녀왔다. 내년에 제대로, 더 잘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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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과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11일 겨울바다에 뛰어든 류현진과 한화 베테랑 선수들. 사진 류현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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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대전 지역 기온은 최저 영하 1도까지 떨어졌다. 바닷가는 바람까지 많이 불어 체감온도가 더 낮다. 그런데도 30대 중반을 넘어선 한화 선수들은 얇은 상·하의 한 벌씩만 걸치고 일제히 바닷물에 몸을 담갔다. 시즌 개막 전 팬들과 했던 '입수' 공약을 지키겠다는 의지였다.

한화 주장 채은성은 지난 3월 열린 KBO 미디어데이에서 "우리 팀의 올해 목표는 4위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안에 들지 못하면, 고참 선수들이 12월 태안 앞바다에 입수하기로 했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선수단 안에서 이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이 바로 류현진이었다. 채은성은 "현진이 형이 '왜 공약은 성공했을 때만 걸어야 하는 거냐. 우리 팀은 5강 실패 시 공약을 한 번 내보자'고 제안해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한화에게 '가을 야구'는 간절하고 절실한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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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과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11일 겨울바다에 뛰어든 류현진과 한화 베테랑 선수들. 사진 류현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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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화는 올해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반짝 돌풍을 일으켰지만, 5월 이후 다시 하위권으로 처졌다. 결국 6월 중순 사장과 감독이 모두 바뀌는 격변을 겪었다. 후반기에도 깜짝 상승세를 타면서 마지막 희망을 살리는 듯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끝내 5강 경쟁권에서 이탈했다. 올 시즌 한화의 최종 성적은 8위(66승 2무 76패·승률 0.465)였다.

그런데도 한화 팬들의 성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화는 올 시즌 대전 홈 경기에서 47차례 매진을 달성해 KBO리그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또 시즌 총 관중 80만4204명을 기록해 1986년 창단 이후 최초로 80만 관중을 돌파했다. 결국 한화의 베테랑 선수들은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고자 '공약 이행'을 결심했다. 에이스 류현진의 주도 아래 자진해서 한겨울의 바닷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채은성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렇게 선언해놓고 실행하지 않으면 다 거짓말이 된다"며 "우리가 다짐한 목표를 이루지 못했으니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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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과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11일 겨울바다에 뛰어든 류현진과 한화 베테랑 선수들. 사진 류현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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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최근 17시즌 동안 단 한 번(2018년) 가을 잔치 초대장을 받았다. '만년 하위권 팀' 꼬리표를 떼지 못해 설움을 많이 겪었다. 그러나 내년 시즌엔 큰 폭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일단 창단 때부터 써온 홈구장 한화생명 이글스파크(한밭종합운동장 야구장)와 작별하고 신축 구장인 '베이스볼 드림파크(가칭)'에서 첫 시즌을 치른다.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선발투수 엄상백(4년 최대 78억원)과 내야수 심우준(4년 최대 50억원)을 잇달아 영입해 전력을 확실히 보강했다. 시즌 도중 사령탑에 오른 '백전노장' 김경문 감독은 처음으로 스프링캠프부터 풀 타임으로 팀을 지휘한다. 한화 선수단의 사기와 의욕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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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가운데) 취임식에 참석한 류현진(왼쪽)과 채은성.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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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화의 우승은 '돌아온 에이스' 류현진의 오랜 꿈이다. 그는 11년에 걸친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올해 친정팀으로 복귀하면서 "힘이 남아 있을 때 돌아와 한화의 우승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올 시즌 10승 8패, 평균자책점 3.87로 분전해 선발진의 기둥 역할을 했다. 그가 한화를 떠나던 12년 전과 마찬가지로 팀 내 최다 이닝과 최다승, 최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래도 류현진은 "시즌 초반 '뭔가 보여주고 싶다'는 의욕이 너무 커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더 잘했어야 했다"며 "내년엔 야구장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동료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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