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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미 명문대 졸업생은 왜 보험사 CEO를 쐈나···SNS선 ‘영웅’ 응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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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시스템 향한 미국 사회의 오랜 분노 반영”

총격범은 ‘영웅’·피해자는 ‘악당’?…뒤틀린 반응도

KFF “미국 성인 절반, 의료비 감당 어려워”

경향신문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 살해 용의자로 체포된 루이지 만조니가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홀리데이즈버그 블레어카운티 법원에서 범죄인 인도 심리를 마친 후 법정 밖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법정에 들어가며 취재진을 향해 “완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데다 미국 국민의 지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외쳤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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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민간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 최고경영자(CEO) 살해 용의자로 체포된 루이지 만조니를 향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일부 지지 여론이 퍼지고 있다. 보건의료시스템을 둘러싸고 누적돼온 미국 사회의 좌절과 분노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SNS에서 일부 사람들은 ‘총격범’을 두둔하는 반면, 숨진 톰슨을 향한 동정 여론은 많지 않으며 오히려 톰슨을 ‘악당’으로 묘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만조니의 신원이 밝혀진 후엔 그를 지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박수를 보내는 사람까지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NS 엑스(옛 트위터)에는 톰슨의 죽음을 정당화하는 듯한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톰슨은 전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사람 중 하나다. 수백만 명을 죽게 하고 가족을 파괴했다. 미국 정치인과 CEO들은 폭력에 대해 신경 쓰는 ‘척’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사람(만조니)은 국가적 영웅” “1년에 7만달러(약 1억원)씩 훔쳐 가고 빌어먹을 (보험금) 청구서 절반을 거부한 사람이 오늘 고맙게도 숨졌다” 등이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으로부터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한 문서 사진도 줄줄이 게시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론이 미국 보건의료시스템에 대한 민심의 오랜 분노를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은시칸 아크판 싱크글로벌헬스 편집장은 “이번 살인사건과 SNS 반응은 사람들이 소득 불평등과 건강보험 보장에 무력감을 느낀 데서 비롯됐다”고 했다. 미 노트르담대 컴퓨터학과 교수이자 SNS·인공지능 전문가 팀 위닝거는 “사람들은 실제로 의료산업에 분노하고 있으며 ‘자경단의 정의’에 대한 일종의 지지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

한 미국 시민이 4일(현지시간)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 최고경영자(CEO)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루이지 만조니가 체포된 맥도날드 앞에서 시위를 하며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플래카드에는 ‘부패한 보험 CEO들은 떠나야 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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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의료싱크탱크 KFF가 지난 3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약 절반은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으며, 4명 중 1명은 비용 때문에 필요한 치료나 약 처방 받기를 미루거나 포기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성인 1340명 중 36%는 적어도 한 번 이상 건강보험 적용을 거부당했다”는 피츠버그대 정치학자 미란다 야버의 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많은 사람이 톰슨에 대한 공격을 지지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전했다.

만조니의 구체적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가 척추 수술을 받고 수년간 허리 질환으로 고생했다고 미 매체들은 전했다. 붙잡힐 당시 만조니가 지니고 있던 선언문에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이 “엄청난 수익을 위해 나라를 학대하고 있다”며 미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만조니는 이어 “솔직히 기생충들이 자초했다”며 “갈등과 트라우마를 일으킨 것을 사과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고도 썼다.

NYT는 “만조니의 선언문 내용은 많은 미국인이 느끼는 분노와 일부 일치한다”며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시가총액은 늘어났지만, 미국인의 기대 수명은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영화 <쏘우> <존Q>,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등 대중매체에서도 미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다뤄진 지 오래됐다고 덧붙였다. 보험사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홈페이지에 공개된 임원진 이름과 사진을 내리는 등 보안 강화 조치에 나섰다.

NYT에 따르면 만조니는 볼티모어 명문 사립학교인 길먼스쿨을 수석 졸업했고, 아이비리그 명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그는 게임 업계 등에서 일했다.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으나 사건이 벌어지기 몇 달 전부터 가족과 연락을 끊고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 미 보험사 대표 총격범이 들고 있던 ‘고스트 건’은 무엇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111433001



☞ 미 보험 CEO 총격범 체포…‘보험금 지급 거부’ 불만 가능성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100726001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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