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뛰어넘는 '선결제 릴레이'도 지속
8일 오후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헌정유린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촉구 제5차 광주시민 총궐기대회’에서 참가한 시민들이 직접 만든 응원봉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8./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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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이수민 박지현 기자 = 광주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44년 전 광주 '대동정신'이 재현되고 있다. 1980년 5월 주먹밥을 나누던 시민들의 정신을 이어 탄핵 정국인 2024년 12월 커피와 음식 선결제로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 활동가 배영준 씨(26)는 11일 뉴스1과 만나 윤석열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는 14일 5·18민주광장 일대 집회참가자를 위해 커피 2000잔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2000잔은 통상적으로 집회에 참여한 대부분의 인원이 마실 수 있는 수준이다.
배 씨는 "추운 날씨에도 매일 같이 집회에 참석했는데 민주주의 수호를 부르짖는 시민들 보며 눈물이 나 커피라도 건네고 싶었다"며 "이왕이면 카페도 의미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청각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카페홀더'로 골랐다"고 설명했다.
카페홀더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기업이다. 영화 '도가니' 속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의 자립을 위해 지난 2011년 설립됐다.
배 씨는 이번 주말 상경 투쟁에 나설 예정이어서 배 씨 대신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과 실로암 사람들 등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보온통에 커피를 담아 나눌 계획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며 지난 1980년 5월 계엄군의 군홧발에 짓밟히면서도 피와 주먹밥을 나누며 하나가 된 광주시민들의 '5·18 주먹밥 정신'이 44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는 계엄군에 의해 철저히 고립된 상태였다. 10일간의 고립과 투쟁 기간 직접 시위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은 주먹밥을 만들어 거리에서 나눴다.
쌀과 소금, 물을 십시일반 모아 어머니들이 주먹밥을 만들고 거리에서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동참했다. 주먹밥은 당시 광주시민들의 대동 정신을 의미하는 음식이 됐다.
'선결제 릴레이'로 응원하는 시민들의 모습.(SNS 갈무리)2024.12.11/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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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 정신은 세대를 넘어 선결제 릴레이 형태로도 발현되고 있다.
선결제 릴레이는 집회 당일 개인 사정 등으로 함께하지 못한 이들이 SNS에 '인근 상점에 얼마 결제해뒀다'는 글을 올려 시민들이 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x'에는 '추운 날 광주 5·18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분들을 위해 차와 커피 40잔을 선결제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시민은 "14일 집회에 참여하는 분들을 위해 BTS 멤버 제이홉(정호석) 이름으로 광주 컴포즈커피 충장로에 선결제했다. 참가자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힘이 되길 바란다"는 글과 함께 지도 사진을 첨부했다.
앞서 지난 주말에는 궂은 날씨 속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위해 따뜻한 음식을 나눈 이들도 있었다.
시민들은 집회 인근에 '주먹밥'을 떠올리게 하는 김밥 100줄을 미리 결제해 두거나 만두 100판을 나누며 대동 정신을 실천했다.
유상미 신포우리만두 사장은 "지난 주말 한 시민이 만두 100판 선결제를 해주셔서 놀랐다"며 "나눔에 동참하고자 100판 이후 재고 소진될 때까지 무료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매일 오후 7시 5·18민주광장에서 탄핵촉구 시민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 2차 표결이 예정된 14일 토요일에는 금남로 전 차선을 통제하고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war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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