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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막판까지 기대했는데…한강 '한국어 호명' 무산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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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서는 18번째로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블루카펫' 밟은 최초의 한국인

한국어로 호명할 예정이었던 한강의 노벨문학상 시상식 멘트가 최종 준비 단계에서 영어로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자칫 어눌하고 어색한 한국어 발음으로 시상식의 분위기와 무게감을 흐트러질 가능성을 우려해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오후에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서 문학상 시상자로 나선 엘렌 맛손 한림원 종신 위원은 한강의 수상 차례가 되자, 영어로 "디어(Dear) 한강,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따뜻한 축하를 전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호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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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호명은 무산됐지만, 한강은 이날 생중계된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상 시상식 무대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문학상을 받으며 전 세계에 한국 문학의 위상을 각인시켰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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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맛손은 한림원 연설문을 스웨덴어로 먼저 낭독한 뒤 마지막 두 문장은 한국어로 호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종 준비 단계에서 영어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어 번역 의뢰를 받은 박옥경 번역가는 연합뉴스에 "시상식을 며칠 앞두고 (맛손 측에서) 도저히 어려울 것 같아서 결국 영어로 하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처음에는 한국어로 하겠다며 마지막 한 줄을 번역해달라고 부탁해 있었다. 번역 문장을 보냈더니 '장담은 아직 못 하겠으나 한 줄 더 번역해 달라고 추가로 요청이 왔었다"고 했다.

앞서 박 번역가와 스웨덴 국적인 남편 안데르스 칼손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한국학 교수가 직접 한국어로 된 문장을 각각 녹음해 전달했다고 한다. 부부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을 스웨덴어로 공동 번역했다. 박 번역가는 "한림원이 스웨덴어 발전을 추구하는 기관이라 연설문은 전통대로 스웨덴어로 낭독하지만, 마지막에 호명할 때는 수상자 출신국 모국어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간은 대부분 서양 언어권이었다"라며 "(맛손 위원이 한국어를) 마지막까지 연습했지만, 워낙 (발음이) 생소해 그런 것 같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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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로 호명할 예정이었던 한강의 노벨문학상 시상식 멘트가 최종 준비 단계에서 영어로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자칫 어눌하고 어색한 한국어 발음으로 시상식의 분위기와 무게감을 흐트러질 가능성을 우려해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이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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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시상식 모국어 호명은 수상자의 국적 등을 고려해 매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프랑스 여성 작가 아니 에르노와 2019년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 수상 당시엔 마지막 문장 전체를 각각 프랑스어와 독일어로 호명했다. 2006년 튀르키예 소설가 오르한 파무크 수상 당시에도 시상자가 마지막 문장 전체를 튀르키예어로 말했다. 반면 2012년 중국 소설가 모옌의 수상 때는 스웨덴어로 연설문 전체를 낭독한 뒤 마지막 그의 이름을 부를 때만 중국어로 "모옌 칭(請·청하다)"이라고 말했다.

비록 '한국어' 호명은 무산됐지만, 한강은 이날 생중계된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상 시상식 무대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문학상을 받으며 전 세계에 한국 문학의 위상을 각인시켰다. 한강은 역대 121번째이자 여성으로는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아시아인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은 2012년 중국 소설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노벨상 시상식이 콘서트홀에서 열리기 시작한 1926년 이래 한국인이 이곳에 깔린 '블루카펫'을 밟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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