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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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의 간판 장슬기(경주한수원WFC)는 축구를 참 잘한다. 축구팬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 모두 동의할 것이다. 여자축구국가대표 선수로서 올해 A매치 100번째 경기에 출전하며 센추리클럽에 가입했다. WK리그에서는 도움 11개로 도움왕을 차지했다. 연말 시상식서 WK리그 Best 11 수비수에 뽑히는 등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증명했다. 필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장 선수는 축구만 잘하지 않는다. 멘탈도 상당히 우수하다. 올 시즌 경주한수원WFC 팀을 심리 지원하게 되면서 장 선수를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그가 출전한 WK리그의 모든 경기를 동행했다. 이 과정에서 놀랄 때가 참 많았다. 그라운드에서의 태도, 자신감, 집중력, 투쟁심, 리더십 등 다양한 심리 요인들이 상당히 우수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심리적인 역량이 매 경기에서 발휘가 된다는 것이다. 멘탈 지구력도 우수했다. 필자는 경기를 관찰하며 이런 혼잣말을 자주 했다. “오늘도 (장)슬기는 심리적인 준비를 잘했네.”, “슬기의 멘탈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궁금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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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선수의 멘탈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집한 심리 데이터를 분석했다. 스포츠 수행전략(TOPS), 수행프로파일(IZOF), 경쟁상태불안(CSAI-2), 자기관리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했다. 이 작업에서 또 한 번 놀랐다. 모든 심리 요인이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하거나 근접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목의 여자 선수들을 관리하다 보면 상위 1%에 해당하는 선수들을 만나게 되는데 장 선수도 여기에 해당된다. 팀의 지도자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이주섭 경주한수원WFC 수석코치는 “모든 요인에서 기준점이 다른 선수라고 생각해요. 축구를 대하는 태도와 노력의 질이 확실히 달라요.”라고 말했다. 그라운드에서 우수한 경기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시즌이 종료되고 나서야 장 선수를 제대로 만날 수 있었다. 비대면(화상)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솔직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줘 더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하게 됐다. 장 선수의 멘탈은 상담이나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실패 경험을 통해 만들어졌다. 장 선수는 대학 졸업 후 일본 고베 아이낙이라는 팀으로 이적을 하게 된다. 이적 후 성공적인 시즌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좌절의 연속이었다. “경쟁을 해야 하는 것과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부분이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저의 축구 인생에서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장 선수는 프로 데뷔 1년 차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게 된다.
사진=한수원축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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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장 선수는 성공 경험만 축적돼 있는 상황이었다. 국내 무대에서 항상 인정을 받아왔고 경기 출전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심리적인 타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장 선수는 “1년 동안 우울했던 것 같아요.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재밌는 일화도 있다. 당시 장 선수는 원정 경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상당히 높았다고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기 시작했고 결국 인생 최대 몸무게 62㎏를 찍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시 고베 아이낙 팀에 현 동료 쿄카와(경주한수원WFC)가 있었고 이 친구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말이 있다. 장 선수는 1년 만에 국내 WK리그 인천현대제철에 입단하게 된다. “한국에 돌아와서 제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봤던 것 같아요. 또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생각이 정리된 후에는 바로 행동으로 실천했어요.” 장 선수는 경쟁을 받아들이고 지지 않기 위해 팀 훈련에 모든 것을 쏟아 붓기 시작한다. 마음과 생각도 스스로 재정비했다. “스스로에게 제한을 두지 않았어요. ‘이 정도만 하면 된다’ 또는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더 간절하게 제 자신을 몰아붙였던 것 같아요.” 장 선수가 일본에서 얻은 ‘경쟁’의 교훈은 전화위복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자신의 기량에 경쟁의식과 간절함이 더해지면서 그라운드에서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고 결국 팀의 핵심 선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측면 수비수로 성장하게 된다.
사진=한수원축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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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이 지난 지금 장 선수는 자신만의 멘탈리티를 확실하게 형성했다. 경기를 앞두고 어떻게 준비를 해야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장 선수는 팀 훈련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참여할 때 120% 쏟아 붓는 선수다. 즉, 연습(PR)과 훈련(TR)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팀 훈련을 할 때 훈련을 할 줄 아는 선수다. 팀 훈련에서 연습을 하게 되면 시합과 유사한 환경에서 훈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시합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송주희 경주한수원WFC 감독은 “슬기는 무리한 최선이 아닌 지속 가능한 최선을 다할 줄 아는 선수예요. 항상 자신의 모든 것을 끌어내고 몰입하는 능력이 아주 좋아요. 또 팀 훈련 분위기와 과제 응집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필자도 장 선수의 훈련하는 모습을 관찰했지만 정말 대충하는 법이 없었다.
시합을 준비할 때 휴식은 어떻게 할까? 장 선수는 휴식 시간을 즉흥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활용하는 선수다. 즉, 자신만의 매크로 루틴이 정해져 있다. 장 선수는 자신을 집순이라고 말한다. 팀 동료들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방에서 쉬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더 선호한다. 또 자신의 방을 자주 청소하게 되는데 깨끗한 자신의 방을 보게 되면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영양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영양 섭취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몸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나 영양제를 추가적으로 섭취한다. “1년에 40경기 이상을 소화하려면 규칙적인 휴식이 반드시 필요해요.” 장 선수는 휴식을 훈련의 일부라고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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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당일에는 어떻게 심리적인 준비를 할까? 장 선수는 경기 당일엔 식사를 많이 하기보다는, 소식을 한다. 최소한의 음식만 섭취한다. 경기장에 도착한 후에는 팀 버스에 핸드폰을 의도적으로 놓고 내린다. “핸드폰은 경기를 준비하는데 방해가 돼요. 저는 경기장의 분위기에 집중하면서 준비를 했을 때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장 선수는 경기 전에 주어지는 시간을 멘탈 플랜대로 잘 활용했다. 품롤러와 스트레칭을 하면서 성공 이미지 그리기, 리그 일정이 타이트하거나 피로도가 높을 때는 자기암시를 통해 긍정적인 마인드 셋 다지기, 에너지 수준 관리를 위해 에너지 드링크 섭취하기, 팀 동료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여 마음과 생각 관리에 도움 주기 등을 말할 수 있다. 장 선수는 멘탈 플랜이 명확하기 때문에 멘탈이 견고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장 선수의 멘탈을 ‘슈퍼 멘탈’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라운드에서 선수 리더십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팀에 선수 리더십을 발휘하는 선수가 많을수록 팀 응집력과 팀 승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선수 리더십은 자신의 포지션에서 역할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선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장 선수는 이러한 선수 리더십을 매 경기에서 발휘했다. 경기의 흐름을 읽고 필요한 말과 행동을 팀 동료들에게 전달하여 문제해결 능력을 높였고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칭찬격려를 통해 팀 선수들을 감쌌다. 추가적으로 상황에 따라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통해 좋은 본보기가 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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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서 표정이나 언행을 부정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흔들리면 후배들이 흔들릴 수 있거든요. 제가 더 중심을 잡아주고 이끌어 주게 되면 후배들은 더 잘할 수 있고 팀은 자연스럽게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장 선수는 선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선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굉장히 수준 높은 행동이다. 대한민국에는 선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생각 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장 선수의 수준 높은 경기력에만 감탄하지 말고 선수 리더십도 같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장 선수는 꾸준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가족의 힘이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은 장 선수의 아버지와 오빠가 축구선수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환경은 장 선수가 책임감과 동기부여를 얻는데 큰 도움이 됐고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달릴 수 있는 연료가 돼줬다. 어머니는 항상 장 선수를 지지해 줬고 선택과 판단을 존중해줬다. 인천현대제철에서 경주한수원WFC 팀으로 이적할 때도 아무 말 없이 격려해 줬다고 한다. 장 선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장 선수를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아버지는 매번 큰 목소리로 딸을 응원하고 어머니는 일어나서 두 손을 모아 응원하며 안절부절 못한다.
사진=장슬기 선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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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선수는 어린 유소녀 선수들에게 조언한다. “축구를 하다 보면 분명 축구가 재미없고 슬럼프가 찾아올 때가 있어요. 또 매번 축구를 잘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럴 때 ‘국가대표’와 ‘부모’를 생각하면서 참고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올바른 생각과 끊임없는 노력을 꾸준히 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예요”라고 말했다. 장 선수는 어린 유소녀 선수들의 분발을 요구했고 앞으로 여자축구가 발전하는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슬기의 멘탈은 실패 경험을 통해 만들어졌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슈퍼 멘탈로 진화했다. 장 선수가 슈퍼 멘탈인 이유는 우수한 멘탈 관리뿐만 아니라 선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이상우 박사, 정리=이혜진 기자
이상우 대표는...
△멘탈 퍼포먼스 대표 △스포츠심리학 박사 △K리그 FC서울, FC안양 선수 △저서 ‘멘탈 퍼포먼스’(2024) △K리그 드림어시스트 멘토(2024) △서울특별시핸드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2024) △양평군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2024) △한국스포츠심리학회 이사(2024) △경주한수원 여자축구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인천유나이티드 U15 광성중, U18 대건고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서울 풋볼A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양평FC 축구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K리그 신인선수 교육(2024) △K리그 아카데미 진로탐색과정 특강(2024) △심판아카데미 S, A코스 심리기술훈련 특강(2024) △충주상고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의정부광동FC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천안제일고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경기 SOL FC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서울노원RFC U12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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