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팜유 등 원재료값 상승
원가 부담 커져 식품 기업 '비상'
재고 비축해 당장 영향 없지만,
高환율 장기화 시 가격 인상 전망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초콜릿 제품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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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와 그에 따른 탄핵 정국 여파가 밥상머리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원화 값이 급락하고 있는 반면 이상 기후 등에 따라 커피, 식용유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고(高)환율 국면이 길어질 경우 올해 이미 한 차례 주요 식료품 가격을 올린 식품업계가 2차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물 가격도 오르고, 환율도 뛰고 '이중고'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37.0원)보다 10.1원 내린 1426.9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를 비롯한 각종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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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1원 내린 1,426.9원에 마감했다. 계엄 사태 이후 1,410.1원(4일)→1,415.1원(5일)→1,419.2원(6일)→1,437.0원(9일)으로 이어지던 환율 상승세가 5거래일 만에 꺾인 것이다. 정부가 이날 개장 전 "과도한 시장 변동성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며 구두 개입에 나선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정치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이 1,400원 선 이하로 다시 내려가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일부에선 환율 상단을 1,5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밀가루∙식용유 등 각종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하는 식품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라면 주원료인 소맥분(밀가루)과 팜유 등은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간장∙된장 같은 장(醬)류 제품도 수입산 대두를 쓰는 경우가 많다. 환율이 오르면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당∙원맥∙대두를 수입해 설탕과 밀가루, 식용유 등을 만드는 CJ제일제당은 3분기(7~9월) 사업보고서에서 환율이 10% 상승하면 세후 이익이 142억 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식품기업 관계자는 "2010년대 내내 1,000~1,100원대였던 환율이 2022년부터 1,300원대로 굳어져 부담이 커졌는데 1,400원대까지 오르면 답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구매 부서, 경영전략실 등이 모여 환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시내 한 중식당 메뉴판 사진. 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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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환율뿐만 아니라 일부 원재료 값도 뛰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최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코코아 선물은 1만 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4,000달러대 초·중반에 거래되던 연초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코코아 등을 수입해 초콜릿을 만드는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8,000달러 선에서 안정화되더니 다시 뛰고 있다"고 했다. 아라비카 원두 선물 또한 연초 대비 70% 이상 크게 뛰었다. 말레이시아 파생상품거래소에서 10월 팜유 선물 가격은 톤(t)당 1,035달러로 1년 전보다 34.9% 올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두, 옥수수, 밀가루 값은 안정적"이라며 "이들 원재료 값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고 했다.
식료품 값 또 오르나
그래픽=김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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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식품사들은 원재료를 최대 6개월치까지 비축해 두는 만큼 당장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CJ제일제당처럼 해외 매출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일부 기업은 달러 강세에 따른 환이익이 기대된다. 다만 지금 같은 '환율 1,400원' 국면이 석 달 이상 장기화하면 내수 비중이 높은 대다수 식품 기업은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당수 식품업체들이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라면과 과자, 빵 등 가격을 최대 20% 인상했는데 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는 셈이다.
외식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치킨∙분식∙죽 등 각종 1,300여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속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밀가루, 식용유, 커피 원두 등 주요 식당에서 쓰는 원재료 상당수가 수입산"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원재료 값이 폭등하며 물가가 뛴 적이 있는데 환율 불안이 계속되면 외식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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