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양심 선언' vs '책임 회피' 다양한 해석 나와… 軍, 유사시 명령체계 정상 작동할지 우려도
김현태 특전사 제707특수임무단장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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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12.3 비상계엄 책임자들에 대한 검찰과 경찰 등의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장악 등의 임무를 지휘했던 군 지휘관들이 잇달아 계엄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나섰다.
계엄군은 김 전 장관의 명령만 받고 국회 장악 임무를 이행했을 뿐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게 지휘관들의 설명이다. 반면 계엄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자 계엄군 지휘관들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자 사전 조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현태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제707특수임무단장(대령)은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국방부 청사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휘관으로 부대원들을 사지로 몰았다"며 울먹였다. 그는 "부대원들에게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707부대원들은 김용현 전 장관에게 이용당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라면서 "김 전 장관은 (계엄사령부) 지휘통제실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했고 지휘통제실에선 이를 전달하기 급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전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 150명 모이면 (비상계엄 해제가 가능하니)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사령관께서 '국회에 진입이 되느냐'고 물으셨고 저는 '진입이 어렵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선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15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당시 국회의원 190명이 출석한 국회 본회의에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진입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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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상현 육군 특전사 예하 제1공수특전여단장(준장)도 지난 6일 계엄 당시 상황을 김 단장과 비슷한 취지로 증언했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중장)이 계엄군에게 국회의원을 계엄 해제 의결 전 끌어내라는 김 전 장관의 지시를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 여단장은 "특전사령관께서 '상부에서 계엄 해제 의결을 하려고 하니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사령관께 명령 이행 여부를 다시 물으니 명확히 대답을 못하시는 걸 보고 이 작전에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구나 직감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단장과 이 여단장은 물론 계엄군 지휘관이었던 김창학 수방사 군사경찰단장(대령)도 사전에 계엄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들 현장 지휘관이 적극 목소리를 내는 배경은 자신들과 부하들은 계엄을 모의하거나 가담하지 않았다는 해명으로 풀이된다. 계엄 모의나 가담의 경우 등도 군형법상 중형이 불가피하다.
형법 제87조의 내란죄를 군형법에선 반란죄(5조)로 다스린다. 반란 주동자는 사형에 처하고 반란 모의자는 사형이나 무기 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처분을 받는다. 단순 반란 관여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자 보좌진들과 충돌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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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등의 수사를 받고 긴급체포된 인원은 김 전 장관이 유일하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전 계엄사령관)과 정진팔 합동참모본부 차장(중장·전 계엄부사령관)은 검찰 특수본으로부터 참고인 조사만 받았다.
계엄과 연루돼 국방부 업무에서 직무정지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중장) △곽종근 특전사령관(중장) △이진우 수방사령관(중장) △정성우 방첩사 1처장(준장 진급 예정자) △김대우 방첩사수사단장(준장) 등 5명도 곧 검찰 특수본의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인원에 더해 △이상현 특전사 제1공수여단장(준장) △김정근 특전사 제3공수여단장(준장) △안무성 특전사 제9공수여단장(준장) △김세운 특전사 특수작전항공단장(대령) △김현태 특전사 제707특수임무단장(대령) △김창학 수방사 군사경찰단장(대령) 등 현장 지휘관들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령 이하 계엄군 중간 지휘관 등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 전문가는 "계엄 관련 수사가 진행돼야 하겠지만 특전사 등 최정예 부대원들이 계엄을 적극 모의하거나 가담했다면 국회 장악은 10분 내 이뤄졌을 것"이라며 "실탄 대신 모사탄 등을 장착했고 공중에서 레펠을 타고 내려가지도 않은 점으로 볼 때 김용현 전 장관 등 극소수에 의해 이뤄진 계엄으로 보인다"고 했다.
군에선 이번 계엄 후폭풍으로 안보 기능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 '2차 계엄' 선포 등을 우려했던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 계엄 선포 이후 병력 이동을 통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력 이동 뿐 아니라 여단급 이상 대규모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북한의 도발 등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무너진 지휘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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