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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3 (목)

'50년 독재' 붕괴…경제 파탄이 이 나라 정권 몰락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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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반군으로부터 축출된 뒤 해외로 도피했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러시아에 망명했다. 중동 인근에서 발생한 2개의 전쟁은 약 13년간 이어져 온 시리아 내전이 사실상 막 내리는 데 영향 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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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스웨덴)=뉴스1) 박지혜 기자 =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면서 사실상 13년간 이어진 내전에 종지부를 찍은 가운데 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시티역 광장에 모인 시리아인들이 아사드 정권 붕괴에 환호하고 있다. 202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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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매체들은 크렘린궁 관계자를 인용해 "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모스크바에 도착해 정치적 망명을 허가받았다"고 보도했다. 두 매체에 따르면 익명의 크렘린궁 관계자는 "러시아는 항상 시리아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해왔다"며 "유엔(UN·국제연합) 중재 회담이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시리아 반군 세력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고위 사령관 하산 압둘 가니는 모바일메신저 왓츠앱을 통해 "전 세계 난민들에게 자유로운 시리아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반군의 승리 선언과 아사드 대통령의 망명으로 약 50년간 이어진 아사드 가문의 독재는 마침표를 찍게 됐다.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도 13년 만에 끝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만에 50년 넘게 이어져 온 아사드 정권이 붕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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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반군의 점령지역 변화/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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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아사드 정권의 빠른 몰락이 시리아 경제가 파탄에 빠지면서 어려움에 처한 데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알자지라는 "사람들이 생존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아사드 대통령 인기가 크게 떨어졌다"며 "군인, 경찰은 초소를 버리고 무기를 넘겨준 뒤 반군의 진격을 피해 달아났다"고 전했다.

아사드 정권이 군사적으로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에 의존한 점도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특히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지난해 이스라엘이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를 비롯해 이란 및 그 동맹 세력과 충돌하면서 두 나라의 시리아 지원은 어려워졌다. NYT는 "시리아 내 러시아 기지는 우크라이나에서 패배한 사령관들이 보내지는 곳이자 우크라이나의 참호를 피하려는 병사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아사드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반군의 거센 공격은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돼 빠르게 진행됐으며, 이전 수개월간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9일 로이터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리아 반군은 약 6개월 전 튀르키예에 대대적인 공세 계획을 전달하고 암묵적인 승인을 받았다고 여긴 뒤 아사드 정권을 장악할 기회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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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바샤르 알-아사드의 시리아 정부가 붕괴된 뒤 다마스쿠스 우마야드 모스크에서 반군 하야트 타흐리트 알샴(HTS)의 지도자가 시민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2.09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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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시리아 정부군과 대립해온 미국은 반군의 승리 선언 직후 시리아 중부에 있는 이슬람국가(IS) 기지를 공습했다. 혼란을 틈 타 IS 세력이 커지는 걸 막겠다는 취지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는 시리아에 대한 모든 관심을 잃었다. 결코 시작돼서는 안 될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시리아 내부에서는 아사드 정권 붕괴에 환호하는 분위기와 함께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동 지역의 새로운 군사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국경 인근의 불안정 급증을 우려한다"며 골란고원 점령지의 비무장 완충지대에 진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공군기지와 해군기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일로 무기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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