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26 (일)

시리아 아사드 정권 붕괴, 후견국 이란은 왜 손을 놨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리아와 함께 양날개 헤즈볼라, 이스라엘에 꺾인 것이 결정타

시리아 군대 전투의지 없고, 트럼프 당선 이후 최대 압박도 부담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도울 여력 없어

뉴시스

[다마스커스=AP/뉴시스] 시리아 반군들이 8일 다마스커스에 진입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사진을 밟으며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4.12.08.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시리아해방기구)’ 등 시리아 반군이 8일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도피했다고 발표해 하페즈와 바샤르 알 아사드 부자의 53년 정권은 막을 내렸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내전이 벌어진 뒤 13년 만이다.

시리아 반군은 지난달 27일과 28일 북서부 알레포주에서 정부군과 전투를 벌여 양측에서 1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뒤 불과 10여일 만에 전격적으로 아사드 정권이 붕괴됐다.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은 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중동의 세력 균형에도 큰 변동이 생길 전망이다.

이란, 40년 아사드 정권 지지에서 발 빼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1년 여 지속되는 가운데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사실상 붕괴된 데 이어 이란이 후견국이었던 아사드 정권까지 무너졌다.

반군이 제 2도시 알레포를 점령하는 등 급속히 확장하는 가운데 이란은 적극적인 지원보다는 사실상 발을 빼면서 아사드의 몰락을 지켜보기만 하다시피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일 “아사가 반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도움이 절실할 때 오히려 출구로 향하고 있었다”며 “6일 군 지휘관과 인력, 일부 외교 직원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란이 보인 모습은 아사드를 버리는 것이자 아랍에서 가장 큰 거점인 시리아에서 40년간 구축하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 온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시리아에서 군사 기지, 무기 창고, 미사일 공장을 운영하면서 이를 중동 지역의 무기 공급 파이프라인으로 사용했다.

이란은 수십 년 동안 아사드 지원을 위해 피와 돈을 쏟았고 왕조 통치를 위협하는 내전에서 살아남도록 도왔는데 왜 손을 놓았을까.

약해지는 이란의 ‘저항의 축’


시리아와의 파트너십이 붕괴되면 이란이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라크, 예멘의 후티 반군 등과 함께 형성한 ‘저항의 축’은 약화되고 이스라엘과 아랍 동맹은 강화되는 세력 균형의 재편이 예상된다.

이란의 대리 무장 단체 전문가 하산 셈샤디는 “시리아는 중동의 중추로 이란이 이 지역으로 보낸 모든 것은 시리아를 거쳤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란 정부는 따라서 시리아 반군이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는 반면 시리아군은 기지를 포기하며 후퇴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이란 관리들은 말했다.

불과 며칠 사이 반군이 알레포, 하마, 데이르에조르, 다라까지 점령해 나가자 패닉에 빠졌다.

이란 관리들은 공식적으로는 아사드 정권 지지를 밝히면서도 대세를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아사드 대통령의 축출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겼다.

개혁파였던 모하마드 알리 압타히 이란 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시리아 정부가 몰락하는 것은 중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군에 이란 군대의 안전한 철수 요청


NYT가 본 이란 혁명 수비대원의 내부 메모에 따르면 반군에 밀리는 시리아의 상황을 “믿을 수 없고 이상하다”며 적어 아사드의 몰락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란 관리들에 따르면 HTS는 이란에 사적인 외교 메시지를 보내 시리아의 시아파 종교 유적지와 시아파 소수 민족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이란 군대가 전투에 참여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란은 시리아에서 자국 군대가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허용하고 시아파 성지를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이란이 2012년 반정부 봉기 당시 지휘관과 군대를 파견해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과 이슬람국가(IS) 테러 집단을 격파하는 것을 도운 것과는 상반되는 움직임이다.

이란은 왜 아사드의 손을 놨나


지난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중동의 상황은 바뀌었다.

이스라엘이 다마스쿠스 이란 대사관을 공격해 최소 24명의 이란군 고위사령관 등을 사살했다.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전투에서 최고지도자가 잇따라 공습으로 사망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아사드 정권의 또 다른 지원국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집중해 과거처럼 도울 여력이 없다.

NYT는 더 중요한 것은 시리아 군대가 싸우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짚었다.

이란의 우려는 이스라엘의 적극적인 공세 의지였다.

시리아에서 이란 군대를 동원하는 경우 이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는데 최근 다마스쿠스로 향하던 민간 이란 항공사 두편을 돌려보냈다.

무기를 옮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리아 영공에 진입하면 격추하겠다고 이스라엘이 경고했기 때문이다.

테헤란의 시리아 분석가 메흐디 라흐마티는 “시리아와 레바논은 중동에서 이란의 양날개”라며 “그중 하나인 헤즈볼라가 잘라나가 둘 중 하나가 없이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해군대학원 국가안보학과 조교수 아프손 오스토바르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해 이란에 최대 압박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란에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