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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3 (월)

시간 낭비라고 비난했는데…‘계엄의 밤’ 제대로 활약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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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계엄령을 선포하자 무장한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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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한밤중 비상계엄을 선포해 혼란한 국면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소식통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포털들은 계엄 관련 소식을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를 신설했다. 탄핵 정국에서도 온라인 공론장이 뜨겁다.

7일 엑스(X)의 실시간 트렌드는 여전히 비상계엄이 지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지난 3일 오후 11시부터 계엄령을 해제한 지난 4일 오전 6시까지 계엄령과 관련된 게시물은 80만개를 넘어섰다. 이 밖에도 국회의원(약 14만개), 우리나라(약 5만6000개), 가짜뉴스(약 4만개) 등이 실시간 트렌스 상위권을 차지했다.

누리꾼들은 서울의 겨울, 서울의 밤, 계엄의 밤 등으로 불리게 된 이번 사태의 전 과정을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구와 국회의사당이 자리한 여의도 전경과 무장한 군대와 경찰이 이동하는 도로, 하늘에 뜬 군용헬기, 조부모와 손주가 나눈 대화, 시민과 군인 사이에 벌어진 언쟁 등을 담은 사진 및 영상이 포털과 메신저에 업로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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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지난 4일 자정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계엄 철폐 구호를 외치며 군부대 차량의 진입을 막아선 모습. [이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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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앉아 계엄군을 막아서면서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시민도 있었다. 조사기관은 계엄령 포고 이후 여의도에 4000명의 시민이 집결한 것으로 추정했다. 계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SNS 사용이 정지된다는 가짜 뉴스나 탱크가 움직이는 합성 사진이 돌고 불심 검문이 진행 중이라는 근거 없는 정보가 확산했지만 빠르게 정화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네이버는 특보 영역을 신설했다. 검색창 하단에 관련 뉴스를 확인할 수 있는 배너를 표시했다. 다음도 마찬가지였다. 트래픽이 몰리며 네이버 카페와 네이버 뉴스 댓글, 카카오의 티스토리 기능에 오류가 발생했지만 약 1시간 만에 복구됐다. 카카오톡에는 비상계엄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채팅방이 다수 개설됐다. 초유의 상황을 풍자한 콘텐츠가 쏟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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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사당 출입이 통제되자 담장을 넘어가고 있다. [사진 = 국회의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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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도 유튜브와 SNS로 상황을 전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회의원들을 소집하는 공지를 내렸다.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되는 순간을 실시간 중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담을 넘어 경내로 진입하는 과정을 송출했다. 이 방송은 238만명이 동시 시청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국회 출입을 시도하다가 계엄군에 가로막혀 충돌하는 장면을 공유했고,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계엄군의 총구를 붙잡으려는 모습도 SNS를 타고 퍼졌다.

연예인 역시 SNS를 활용했다. 작가 허지웅과 배우 김기천, 배우 김지우, 가수 이승환, 방송인 김수용, 가수 지드래곤 등이 계엄령과 관련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게시물을 업로드하거나 좋아요를 눌러 의중을 드러냈다.

일례로 가수 이상민은 인스타그램에 “대한민국은 전쟁 상황도 아니고 혼란스러운 상황도 아니다. 그러나 정치적 대립 문제로 계엄령이 선포됐고 국회는 계엄령 종료를 의결했다”며 “대한민국은 안전하다.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전 세계 모든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팬들을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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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퍼진 가짜 뉴스를 정정하는 누리꾼. [사진 = 엑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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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비상계엄이 빠르게 무력화된 데는 온라인의 힘이 컸다. 지난 2016년 터키 쿠데타 당시 군부의 만행과 저항의 메시지가 SNS에서 전파되면서 짧은 시간에 마무리됐다. 2021년 미얀마 쿠데타 때도 시위의 불씨를 당겼다. 전문가들은 SNS의 순기능에 주목하면서, 폐쇄적인 윤 대통령의 소통법을 지적했다.

복수의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폐쇄·통제되기 어려운 SNS의 장점을 모두가 경험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대다수의 SNS 플랫폼은 글로벌 사업자이기 때문에 계엄법으로 통제할 수 없다”며 “그렇다고 모든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오픈된 공론장의 역할을 파악하지 못하고 국민들의 정치 참여 의지와 반대되는 계엄령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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