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만에 프랑스 총리가 불신임안으로 물러난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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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불신임과 내각 총사퇴 이후 프랑스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야당 간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정부가 마비 상태에 빠진 것에 대해 대통령과 야당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가운데 마크롱은 조기 퇴진 요구를 거듭 일축했다.
마크롱은 5일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파리 엘리제궁에서 미셸 바르니에 총리와 만나 총리 및 장관 전원의 사표를 수리했다. 전날 프랑스 하원은 바르니에 총리 불신임안을 압도적 표차로 가결했다. 1962년 이후 62년 만의 총리 불신임이다.
총리를 낙마시킨 극우·극좌 성향 야당들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극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장 뤽 멜랑숑 대표는 이날 프랑스 언론에 “작금의 정치적 혼란을 유발한 근본 원인은 마크롱의 권위주의적 정치”라며 “마크롱의 사퇴와 조기 대선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LFI는 프랑스 하원 내 최대 세력인 좌파연합(신인민전선·총 180여 석) 내에서 가장 많은 의석(71석)을 갖고 있는 정당이다.
전날 좌파연합과 손잡고 불신임안을 가결한 극우 국민연합(RN)도 “(마크롱이 임명할) 새 총리 내각이 우리의 요구 사항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다시 총리 불신임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RN은 현재 프랑스 의회에서 단일 정당으론 최대 의석(120여 석)을 갖고 있다. 반(反)이민 정서 확산과 사회적 불안 고조, 경제 악화에 편승한 극우 바람에 힘입어 올해 5월 유럽의회 선거와 7월 조기 총선에서 약진했다.
마크롱은 야당 공세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이날 저녁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극우와 극좌가 반(反)공화국 전선으로 연합해 정부를 무너뜨렸다”며 “그들은 무질서를 선택했다”고 비난했다. 또 RN와 좌파연합이 요구하는 대통령 사임과 조기 대선에 대해 “내 임기는 5년으로, 아직 30개월이 남았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며 일축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그는 RN과 LFI를 겨냥해 “유권자들을 모욕했다”고도 했다. 이념적으로 정반대에 있는 극우와 극좌가 야합(野合)했다는 의미다. 특히 “RN이 정부 불신임에 동조한 것은 오직 한 가지, 대통령 선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RN의 실질적 지도자이자 유력 대권 후보인 마린 르펜 원내 대표는 최근 유럽의회 예산 유용 혐의로 징역 5년의 실형을 구형받았다. 판결로 확정되면 2027년 대선 출마가 무산되고, 수감될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조기 대선 국면을 통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마크롱은 후임 총리에 대해선 “며칠 내에 (당파에 치우치지 않은) 거국(擧國) 중립 내각을 구성할 새 총리를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중도 성향의 프랑수아 바이루 민주운동(MoDem) 대표와 사회당 출신의 베르나르 카즈뇌브 전 총리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마크롱이 좌파연합 내 온건파인 사회당과 협조를 모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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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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