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헌정 질서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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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뜻에 따라 계엄군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해온 ‘부정선거 음모론’을 규명하겠다며 독립된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를 침탈했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판단 능력과 양식도 갖추지 못한 이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참담할 따름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5일 한겨레에 계엄군 투입과 관련해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에 대해 의혹을 갖고 있어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관위 장악이 윤 대통령의 지시라는 점도 시인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군 300여명이 중앙선관위와 수원 선거연수원, 서울 관악청사 등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보다 앞선 시점이었다. 이들은 선관위 과천청사 내 정보관리국 산하 통합관제센터에 진입했다고 한다. 이곳은 선거 정보 등과 관련된 각종 데이터와 서버를 관리하는 곳으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이 ‘수사 대상’으로 지목해온 곳이기도 하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10여명의 계엄군이 (청사에) 들어와 야간 당직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행동 감시 및 출입 통제를 했다”며 “4일 0시30분 추가 투입된 (계엄군) 100여명은 1층 로비 등에서 경계작전을 실시하고 총 3시간20여분 동안 점거했다”고 밝혔다.
부정선거는 극우 인사들이 주장해온 사안이다. 이들은 2020년 21대 총선을 비롯해, 2022년 재보궐선거, 지난 4·10 총선 등에서 광범위한 부정선거가 자행됐다고 주장해왔다. 여권의 선거 패배가 선관위가 개입한 선거 부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즐겨 본다는 유튜브 채널에선 최근까지 지난 4월 총선의 사전투표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간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 소송에 대해 2022년 7월 대법원은 “객관적 근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유사한 소송이 모두 법원에서 기각·각하됐고, 지난 4월 총선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으로 선관위 직원 5명이 고발됐으나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됐다.
이미 법적 판단도 끝난 비상식적 의혹을 놓고 국정 최고 지도자라는 대통령이 계엄군을 동원해 ‘규명’에 나섰다. 이를 통해 ‘부정선거’임을 드러내면, 국민들이 계엄 선포를 한 뜻을 이해해 주고, 선거도 다시 치러 여권이 이긴다는 생각을 했던 건가. 무슨 망상인가. 그간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의 세계관에 경도돼 있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이번 사안으로 확인된 셈이다. 그가 한시라도 대통령직에 더 머물러선 안 되는 이유가 한층 명확해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6일 공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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