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한겨레 자료사진 |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재학생들이 “우리와 같은 강의실에서 같은 헌법을 배운 선배 윤석열이 벌인 참극에 후배로서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통감한다”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서울대 법전원 재학생 일동은 5일 ‘헌정질서를 파괴한 대통령 윤석열의 퇴진을 요구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대 법대 79학번이다.
이들은 “우리는 지금 45년의 시간을 되돌린 권력의 폭거 앞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목도한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비판했다. 또 헌법 제77조1항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한해서만 비상계엄을 허용한다는 점을 들어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정권의 친위 쿠데타로서 명백한 위헌”이라고 지적했고, 계엄사령부가 국회의 활동을 금지한 것에 대해 “입법부를 무력으로 압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계엄은 곧 내란이다. 그리고 그 수괴가 바로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에게 대통령의 자리에서 퇴진하고 국민 앞에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해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며 “비상계엄을 가벼운 정치적 수단으로 휘두르는 자가 대통령으로 있는 것이 민주주의의 비상이다. 윤석열이 대통령인 대한민국에 비상은 일상이다”라고 외쳤다.
이들은 국회의 탄핵안 의결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회는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해 자격을 상실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 아울러 수사기관은 비상계엄을 준비하고 군대를 동원한 공모자들을 색출하고 그 진상을 규명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들은 “오랜 시간 권력의 비위를 성토해오던 대학의 날이 무뎌진 사이, 역사를 후퇴시킨 폭거가 벌어진 것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미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모여 민주주의의 강물이 흐르고 있다. 정권의 초라한 반역은 그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헌정질서를 파괴한 대통령 윤석열의 퇴진을 요구한다
우리는 지금 45년의 시간을 되돌린 권력의 폭거 앞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목도한다. 대통령 윤석열은 2024년 12월 3일 밤 종북세력에 의해 헌정질서가 위협받고 있다며 비상계엄을 발령하였다. 동시에 계엄사령부는 정치 활동과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포고령을 발표하였고, 국회에는 무장한 계엄군이 들이닥쳤다. 익일 새벽 국회에서 계엄해제를 결의하였음에도 윤석열은 세 시간 뒤에야 계엄을 해제하였다. 그는 헌법을 유린한 계엄이 합헌이라 우기며 아직까지도 후안무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정권의 친위 쿠데타로서 명백한 위헌이다. 헌법 제77조 제1항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한해 비상계엄을 최후수단으로 허용하고 있다. 윤석열이 지목한 야당의 탄핵 추진과 예산 삭감이 이에 해당하는지 강한 의문이다. 헌법 제77조 제5항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할 권한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과 계엄사령부는 국회의 활동을 금지하고 무장한 계엄군을 보내 권력에 대한 마지막 견제수단마저 봉쇄하려 하였다. 입법부를 무력으로 압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계엄은 곧 내란이다. 그리고 그 수괴가 바로 대통령 윤석열임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에 우리는 윤석열에게 대통령의 자리에서 퇴진하고 국민 앞에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여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지금 그 대통령이 권력의 연명을 위해 헌법을 짓밟고 국민을 향해 총구를 들이대고 있다. 비상계엄을 가벼운 정치적 수단으로 휘두르는 자가 대통령으로 있는 것이 민주주의의 비상이다. 윤석열이 대통령인 대한민국에 비상은 일상이다.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 국회는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하여 자격을 상실한 대통령을 탄핵하여야 한다. 아울러, 수사기관은 비상계엄을 준비하고 군대를 동원한 공모자들을 색출하고 그 진상을 규명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여야 한다.
뜨거운 분노의 한편에서, 우리는 참담함을 느낀다. 작금의 비상계엄은 지금까지 윤석열이 보인 독선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모든 비판을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는 독선 앞에 우리는 침묵해왔다. 오랜 시간 권력의 비위를 성토해오던 대학의 날이 무뎌진 사이, 역사를 후퇴시킨 폭거가 벌어진 것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와 같은 강의실에서 같은 헌법을 배운 선배 윤석열이 벌인 참극에 후배로서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통감한다.
자성과 양심의 목소리 위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요구를 천명하며, 요구의 실현을 위해 나아가 행동할 것을 결의한다. 이미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모여 민주주의의 강물이 흐르고 있다. 정권의 초라한 반역은 그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없다.
하나. 대통령 윤석열은 즉각 하야하라
하나. 국회는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즉각 의결하라
하나. 수사기관은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윤석열과 그 공범을 철저히 수사하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일동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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