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란 정부군 지원 약화 틈타 대공세
반군, 공격 개시 72시간 만에 점령 성공
하마주까지 진격 친이란 민병대 철수設도
정부군 “수십명 사상… 병력 재배치” 밝혀
러·이란, 對우크라·이스라엘 전쟁 집중
시리아 사실상 사각지대로… 판도 급변
“향후 전황도 동맹국 지원 여부에 달려”
시리아 최대 반군단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제2 도시 알레포 등에 대한 공습을 퍼부으면서 정부군과 내전이 격화한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알레포 거리의 자동차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부서진 채 방치돼 있고,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알레포=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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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지난 며칠 동안 알레포와 이들리브주(州)에서 ‘무장 테러 조직’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수십 명의 군인이 사망하거나 부상했고, 현재 반격을 준비하면서 병력을 재배치하고 있다”며 알레포에서 일시적으로 병력을 철수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최대 반군단체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지난주 초 이들리브에서 대공세를 시작한 지 약 72시간 만에 알레포 중심까지 진입했다는 사실을 정부군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다. 알자지라는 알레포 중부와 북서부 지역을 HTS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으며, 수도 다마스쿠스로 향하는 고속도로의 전략적 요충지인 사라킵까지 장악했다고 전했다. 반군은 북서부에 있는 알레포를 넘어 중부 하마주까지 진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반군에 밀려 이 지역의 친(親)이란 민병대도 철수했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전했다.
반군이 알레포를 점령한 것은 정부군이 이 지역에서 반군을 몰아낸 지 8년 만이다. 2011년 알아사드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민중 봉기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알레포를 장악하기 위한 정부군과 반군의 치열한 전투로 전개됐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러시아 공군과 이란 지상군의 지원을 받아 2016년 알레포를 장악했고, 이후 2020년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반군을 지원하는 튀르키예가 반군 주요 거점인 이들리브 지역에서 휴전에 합의해 시리아 내전은 교착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던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러시아가 각자의 ‘우선순위’에 집중하면서 정부군이 우세했던 전쟁 판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시리아 내전에서 거의 모든 전투에 참여하며 반군을 격퇴하는 데 앞장선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대부분의 병력을 레바논으로 철수해 이스라엘 공격에 집중했으며, 전투기와 병력을 대거 지원했던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무기 부족에 시달리자 시리아 지원에 소홀해졌다. 결국 반군에 대반격의 기회가 주어졌고, 조직력이 약한 시리아 정부군은 지원군의 비호를 받지 못하자 순식간에 무너졌다.
앞으로의 전황 역시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 여부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싱크탱크 센추리재단의 샘 헬러 분석가는 “정부군과 그 동맹의 반격능력에 따라 전황이 좌우될 것”이라며 “정부군은 현재 반격을 위한 동원력을 가졌는지 불확실하며, 시리아 파견 병력 일부를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재배치한 러시아의 반격 여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헤즈볼라 역시 여전히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시리아와 레바논 국경지대에 있는 헤즈볼라의 군사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는데, 해당 시설이 헤즈볼라가 휴전 협정을 위반하고 무기를 밀수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 발효 이후에도 양측의 산발적 충돌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스라엘에 의해 지도부가 대거 전멸한 탓에 헤즈볼라는 당분간 시리아 지원에 나서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헤즈볼라는 지난 9월27일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을 받아 사망한 전 사무총장 하산 나스랄라의 장례식도 사망 64일 만인 이날 엄수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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