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본회의 ‘감액예산’ 분수령
검찰·대통령실 특활비 등 4조 삭감
민주당, 사상 첫 예결위서 단독처리
이재명표 지역화폐 2조 증액은 포기
한동훈 “李 방탄용이자 국정 마비용”
李 “정부 수정안 내면 추가협의 가능”
2일이 법정시한… 여야 타협은 난망
1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677조4000억원)에서 증액 없이 4조1000억원을 감액한 수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국회가 11월30일까지 예산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정부 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올라가는데, 민주당이 이를 막기 위해 정부 예비비와 대통령실·검찰·경찰·감사원 등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등을 대폭 삭감한 감액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국민에 사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가 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야당의 감액 예산안 본회의 상정 추진에 대해 “국민과 정부여당에 사과하고 즉각 감액 예산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하다. 이에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민생 예산 증액도 반영되지 못했고, 민주당은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 2조원 등 증액도 포기했다.
예결위 전 각 상임위 심사를 통과한 증액분도 대거 빠지게 생겼다. 보건복지위원회가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가입지원 예산을 정부안 대비 1조6379억원 증액했고, 질병관리청 소관 코로나19 예방접종비를 3229억원 늘렸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야당이 ‘김건희 여사 예산’이라 지목한 개 식용 증식에 따른 폐업·전업 지원사업 예산을 약 400억원 증액한 터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 2000억원, 소상공인성장지원 예산 3450억원, 중소기업 모태조합출자 예산 1600억원 등이 증액된 바 있다. 이밖에 인공지능(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연구개발(R&D) 프로젝트(3217억원),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예산(52억2300만원), 양육비이행관리원 지원 사업(26억7200만원) 등이 각 상임위 심사에서 늘어난 것들이다.
“특단의 조치”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왼쪽)가 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감액 예산안 추진에 대해 “잘못된 나라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단독 예산안 처리를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예산 행패로 민주당만 빼고 우리 모두 불행해진다”면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자 대한민국 헌정사와 의회민주주의에 흑역사로 남을 것이다. 이 대표 방탄용이자 국정 마비용 (감액)”이라고 비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입법폭주에 이은 예산폭주로 민생을 외면한 다수의 횡포”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감액 예산안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국민은 특활비 전액삭감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면서 삭감안 사수 의지를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경북도청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쓸데없이 특활비 등만 잔뜩 넣어놓으니 삭감안이 통과된 것”이라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당에서는 ‘방탄 예산’이라고 하지만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검찰이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라며 “정부가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현재 감액한 것에서) 수정안으로 더 많은 감액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증액 사안이 빠진 만큼 협상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1일) 회견 이후 내일(2일) 오전까지 24시간이 있다. 필요하면 시간 내에 국회의장의 중재하에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추가로 논의할 부분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여당은 협상의 선제 조건으로 야당의 감액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향후 모든 논의의 시작점은 단독 감액안 철회다. 철회 없는 증액 협상도 없다”고 말했다.
유지혜·김나현·최우석·조병욱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