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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정태윤기자] 그의 뿌리는 목포. 순박한 시골 소녀다. 바닷가 태양에 그을린 얼굴과 더벅머리. 겉모습은 완벽히 변신했다.
그렇다면 사투리 연기는 어땠을까. 사실 정년이가 실제 어촌 마을 어딘가에서 생선을 팔고 있는 소녀로 믿게 만든 건, 그의 말투였다.
구수한 억양과 걸쭉함으로 정년이의 순박함을 배가시켰다.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었다. 오래도록 입에 달고 살며 익히고, 뱉어온 실력이었다.
이미 천재 국극 소녀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할 것이 태산이었다. 소리, 무용 등 보통으로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사투리를 놓치지 않았다.
목포에 내려가 귀를 트였다. 사투리 선생님과 대본이 나오기 전부터 준비했다. 일주일에 2~3번씩 만나고 나머지는 줌으로 수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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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투리 선생님은 배로 준비해야 했다. 시대에 맞는 말씨를 연구하고, 노래에 들어갈 미묘한 말투도 교정해야 했다.
정수정은 사투리 선생님이기 전에 배우기도 하다. 이는 이점으로 작용했다. 모든 대본을 통으로 연기해 샘플을 만들었다.
"태리 배우는 정년이와 비슷해요. 노력하는 천재입니다. 재능이 99%인데, 노력도 99% 해요. 저도 배로 연구하고 준비해야 했습니다." (정수정)
'디스패치'가 그의 숨은 조력자, 연기자 정수정을 만났다. 드라마 뒤 99%의 노력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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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
정수정이 가르친 배우는 총 5명이다. 김태리, 문소리(채공선 역), 이덕화(공선 부父 역), 오경화(윤정자 역), 이가은(채공선 아역) 등. 정년의 목포 식구들이다.
가장 먼저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을 정리했다. 그는 "사투리를 쓴다고 해서 연기톤에 방해가 되면 안 됐다. 배우들의 연기 분석을 먼저 했다"고 말했다.
이후 '정년이' 원작을 보면서 캐릭터별 설정과 특징을 적었다. 사투리에 각 성향을 입혔다. 또 배우에 맞게 어투를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먼저 문소리가 맡은 채공선은,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돌아다니는 설정이다. 다양한 지역색이 섞인 듯한, 부드러워진 사투리를 구사하게 연구했다.
오경화는 광주 출생이다. 사투리는 됐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목포가 된발음이 더 많다. 경음화된 것들을 바꾸고 시대적인 말투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자매인 정년과 정자는 공통된 말버릇도 넣었다. "함께 자랐으니 비슷한 말버릇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환장하겄네' 같은 애드리브를 추가했다"고 전했다.
"문소리 배우는 애드리브 하나까지도 완벽히 분석해 왔습니다. 특히 현장에서 강했어요. 바뀌는 상황대로 빠르게 흡수했습니다. 오경화 배우는 센스와 분석에 있어 천재적이었죠. 생각지도 못한 분석을 가져오는 스타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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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
그 중 김태리는 두려운 학생이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나희도를 채 벗기도 전에 정년이를 준비했다. 대본이 아직 나오지도 않은 상태였다.
말투는 캐릭터의 뿌리다. 사투리를 이해하는 것이, 정년이가 되기 위한 출발점이라 생각했다. 대면으로 일주일에 2~3번. 그 외에는 화상 회의를 켰다. 거의 날마다 수업한 것.
정수정은 "김태리는 서울 토박이이고, 사투리 연기도 처음이었다. 처음엔 걱정이 컸다. 그런데 복습과 예습은 물론, 준비해 온 것보다 더 많은 걸 요구하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하루하루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일주일간 소화해 오라고 미션을 주면, 하루 만에 해버렸으니까. 더 긴장해서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태리의 열정에 더 독하게 임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겐 1~8부가 5권씩 있다. 너무 많이 고쳐 더러워졌기 때문. 표현법을 수정해 작가에게 전달하면, 대본집에 다시 반영했다.
생활 속에서 귀가 트일 수 있게 리스닝 파일도 만들었다. 일반 뉴스, 책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을 사투리 버전으로 녹음해 보냈다. 전화 영화처럼 하나의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대화하기도 했다.
"대본도 1회부터 마지막까지 녹음해서 넘겨줬습니다. 같은 배우니까 연기로 톤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게 좋더라고요. 감정신은 배우의 입장에서 사투리 때문에 연기에 방해되지 않게 미리 체크하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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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화
표현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배우의 입에 붙는 걸로 선택하게 했다. 일례로 '기품'이라는 단어도 우아, 세련, 고급짐 등 여러 가지 중 골랐다. '징하다'도 '징허다 징해', '징글징글 안하요' 등 늘 선택지를 준비했다.
각종 녹음 파일이 그의 아이패드를 가득 채웠다. '미안한디 (완전 평이하게), '미안한디 (조금 억양), '안 되는 모음집' 등. 작은 디테일까지도 신경 쓴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노래에 들어가는 말씨도 마찬가지. "소리 선생님께 어느 정도 손대도 되는지를 체크하고 수정했다. 초반에 나오는 '방자전'은 완전 사투리를 넣어 부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구슬아기'는 서울 생활을 좀 했으니까 농도를 낮췄습니다. 사투리를 거의 고쳤는데, 토박이라 어쩔 수 없이 묻어나오는 정도. 예를 들어 '못한다'를 '모단다'로 바꾸는 등 사소한 것들을 넣었죠."
그는 김태리의 사투리 실력에 100점을 줬다. "연기를 워낙 잘하니까 사투리를 틀렸어도 연기로 속여버린다. 저도 안 속으려고 엄청 노력했다"고 토로했다.
"나중에는 애드리브까지 사투리로 완벽히 구사했죠. 왜 믿보배인지 알겠더라고요. 현장에 오시는 매니저분들 중 전라도 출신인 분들이 '옛날 할머니 말투 듣는 것 같다'고 말해주실 때 가장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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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력엔딩
정수정은 약 10개월 촬영 기간 내내 김태리 옆에서 사투리 연기를 체크했다. 남원, 여수, 보성, 청산도, 부산, 문경, 부안 등 전국 팔도를 함께했다.
김태리와는 매 현장에서 워밍업을 했다. 2~30분씩 대화하며 사투리를 입에 붙게 했다. 연기가 좋았어도 다른 게 안 되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배우도 오케이, 소리도 오케이, 사투리도 오케이 돼야 다음 컷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목포 가족들이 모인 날은, 촬영 전날 모여 대본 리딩을 했다. 정수정은 "특히 정년이와 정자의 케미를 뽑아내기 위해서 애드리브 구간이 있는지 같이 연구하며 추가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리허설하며 수시로 대본을 바꿔보기도 했다. 그는 "다 같이 새벽 5시까지 수정하고 다음 날 아침 7시에 촬영하기 일쑤였다"고 털어놨다.
후반 ADR(후시녹음)은 김태리의 완벽주의자적 면모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함께 한 회를 쭉 보고 더블 체크하고, 수정할 부분 리스트를 만들어 또 다시 돌려봤다.
정수정은 "(김태리는) 현장에서도 후반 작업도 끝까지 해내려는 스타일"이라며 "저도 본업을 멈추고 1년을 쏟아부었다.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로에서 '한뼘사이', '트리거', '멈춰진 시간' 등 다양한 연극 무대에 섰다. 이제 본업으로 돌아갈 시간.
"훌륭한 배우들을 통해서 많은 걸 배웠어요. 그걸 토대로 다시 배우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습니다. 함께 작업한 배우들을 본보기 삼아 그들의 길을 따라서 가보려 합니다."
<사진출처=디스패치DB,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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