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트럼프 2기, 불확실성 빠르게 정리…풀 문제 빨리 풀겠다"
한수원·美웨스팅하우스 분쟁 관련, "정부간 원전협력 MOU 가서명 중요 전기"
"중장기적으로 수출 정점 찍을 것…국내·해외 생산기지 유연하게 최적화해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중국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큰데, 대(對)중국 견제 차원에서 한국의 활용성이 트럼프 1기와 현재는 굉장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많은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 동안 한미 간 깊은 수준의 투자가 진행됐고 산업 생태계를 같이 구축한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장관은 내년 3월 체코 신규원전 계약 체결에 앞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지식재산권 분쟁 협상과 관련해서는 "미국 에너지부와 한국 정부가 원전 협력 양해각서(MOU)에 가서명한 것 등이 굉장히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 같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다음은 안 장관과의 일문일답.
-- 트럼프의 복귀로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가 무역 압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 한국이 일방적으로 수출을 줄일 일은 아니지만 무역수지를 균형적으로 관리할 필요는 있다. 첨단산업 동맹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대미 투자가 확대되니 부품, 기계 수출이 많이 나가서 대미 흑자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문제기 때문이다.
미국 신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 큰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국이 많이 필요로 하는 오일·가스 등을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에서 한국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정책적으로 중동 외 수입선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있다.
--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도전 요인이 많지만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한국에 기회 요인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 트럼프 1기 때와 가장 극명하게 차이 나는 점은 '속전속결'이다. 한국에서 우려하는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될 소지가 있다. 이렇게 되면 (변화된 상황에) 신속하게 적응해서 풀 문제는 빨리 풀겠다.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처음 전화했을 때 조선 분야 협력이 공식적으로 부각됐다. 이 외에도 많은 분야에서 바이든 행정부 동안 한미 간 깊은 수준의 투자가 진행됐고,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한 면이 있다. 이런 점이 트럼프 1기 때와는 달라진 상황이다. 트럼프 2기와도 이런 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산업 협력을 끌고 가겠다.
대중 견제 차원에서 한국의 활용성이 1기 때와 굉장히 달라졌다. 에너지 분야 등 한국의 역할이나 가치가 부각되고,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발굴해 키워갈 계획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 동해 심해 가스전 첫 탐사시추가 다음 달 시작된다. 어떤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계획은.
▲ 과거 정부에서 자원개발이 스캔들처럼 되면서 생태계 자체가 허물어져 있었다. 실제로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한반도 자원개발 대비를 안 할 수 없다. 이번 탐사가 그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제 시추 작업이 진행되면 2개월 정도 걸린다. 뽑은 시료를 세계 최고 전문성을 가진 슐럼버거가 분석한다. 기술 탐사와 물리탐사 결과를 매칭해서 분석할 예정이다. 유증이 있는지 없는지는 상반기에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유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제성이 있는 곳을 시추했는지는 다른 문제라 앞으로도 여러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시추 작업이 끝나자마자 현재 있는 조광권을 해제하고 새로운 조광권을 설정하면 본격적으로 해외 투자유치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 성공할 경우 향후 개발 이익은 어떻게 귀속될 것으로 전망하나.
▲ 수익을 어떻게 쓸지 생각을 못 했지만, 하여튼 최고로 많은 양의 가스전을 찾아내겠다. 수익이 있다면 전적으로 국민에게 귀속돼서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에 쓰게 될 것이다.
--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지재권 분쟁 협상에 진전이 있는가.
▲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 한미 양국 정부가 원전 협력 MOU에 가서명한 것이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게 된 것 같다.
-- 앞으로 수출이 기저효과 등 영향으로 주춤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 아직까지는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내년에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중장기적으로 보면 한국도 수출 증가률에서 피크 상황이 오고 구조를 바꿔야 할 것이다. 수출이 정점을 찍고나면 줄어들 수는 있지만 그것이 불리한 것은 아니다. 산업 환경과 현실에 맞춰 최적화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다행히 올해는 수출 실적이 상당히 다변화했다. 글로벌 통상네트워크를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다변화해놨기 때문에 시장도 품목도 확대됐다. 내년에도 이를 활용하는 게 여러 불확실성에 맞선 대안이 될 수 있다.
--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공장, 이차전지 기업들의 유럽·북미 대규모 공장 가동 등으로 해외 생산 거점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 한국 대기업들의 전체 매출에서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매출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산업구조 자체가 글로벌화된 구조다. 더구나 물리적으로 인구가 줄고 고령화하고 있다.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와 해외 생산기지를 유연하게 돌리는 것이 산업정책의 핵심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 정부가 조만간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지원책을 내놓을 예정인데, 어떤 실행 수단을 동원할 수 있나.
▲ 20년 전에 했던 정부 주도의 빅딜로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부작용 소지가 크다.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계가 원하는 안을 주면, 지원할 바를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으로 기다리고 있다. 다음달 초중순 열릴 산업경쟁력 장관 회의에서 정부 지원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 현 정부 첫 통상교섭본부장에서부터 시작해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그간 산업부가 이뤄낸 성과 중 가장 의미가 있는 점과 향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정책은.
▲ 지난해 글로벌 무역이 예외적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상당히 애를 먹었다. 올해는 수출 저변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한 한 해였다. 원전 생태계 등 미래 자산을 재생하고 회복시킨 것도 큰 성과 중 하나다.
앞으로 역점을 두는 것은 AI 산업정책이다. 노동 생산성을 어떻게든 키워야 하는데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온갖 규제 때문에 노동 생산성이 꺼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기술적으로 AI를 접목해 다시 한번 도약 시키지 않으면 제조업으로 산업을 이끌 기반이 하나도 없어지게 된다. 어떻게든 AI 산업정책을 성공시켜야 한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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