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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단독] 맨손 지뢰 옮기다 '펑'…발목 절단 위기에도 "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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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년 전 강원도 안보 전시관에 있던 지뢰가 터져서 병사 2명이 크게 다친 사건, 보도해 드렸습니다.

당시 군의 지시로 병사들이 맨손으로 지뢰를 옮긴 걸로도 드러났는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부글터뷰 이상엽 기자가 쫓아봤습니다.

[기자]

JTBC는 2년 전 강원도 양구 안보전시관 지뢰 폭발 사고를 보도했습니다.

[JTBC 뉴스룸 (2022.11.15) : 양구군이 전시관을 리모델링하면서 지뢰 등 전시물품은 육군 21사단이 소초 안으로 옮겨 보관했습니다.]

부대 안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병사 4명이 소초에 있던 지뢰를 탄약고로 옮기던 중 지뢰가 터진 겁니다.

피해 병사들을 만나봤습니다.

[김시온/피해 병사 : 당시 저희는 일병이었고 마대자루에 담긴 것들을 그냥 들고나오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어떤 친구들은 그냥 떨어진 물자를 맨손으로 들었거든요.

[표정호/피해 병사 : {뭘 옮겨야 한다는 설명도 없었고요?} 탄약고로 옮겨야 할 게 있으니까 '4명 정도 와라' 다 쇳덩어리였는데 되게 무겁더라고요.]

몇 분 뒤 폭발음과 함께 비명이 들렸습니다.

[김시온/피해 병사 : 전투화랑 뒤꿈치 부분이 아예 없어져서 피가 흐르고 있더라고요. 뼈도 보이고 살점 떨어져서]

[표정호/피해 병사 : 한 발 내딛는 순간 그냥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억은 없거든요.]

JTBC 취재 결과 전시용 지뢰는 뇌관이 살아 있었습니다.

1990년대 땅굴 발견 당시 수거돼 그대로 전시된 걸로 추정됩니다.

연간 관람객이 10만명에 이르는 전시관이 30년 동안 사고 위험에 노출됐던 겁니다.

양구군은 군부대에서 받은 지뢰를 전시했기 때문에 육군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1사단은 양구군이 지뢰를 전시관에 방치했다며 공무원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JTBC 취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수사 결과를 파헤쳐봐야겠습니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최북단에 위치한 안보전시관 앞입니다.

이 지역은 민통선 이북 미확인 지뢰지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고 적혔습니다.

JTBC 취재 결과, 당시 전시용 M14 지뢰는 안전핀 없이 장전된 상태로 확인됐습니다.

육군수사단은 21사단 정보참모처 중령 등 6명을 참고인 조사했습니다.

16장짜리 육군 보고서입니다.

군은 이들이 "지뢰를 교보재 수준으로만 인식했을 뿐 '폭발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자체 내사 종결함이 좋겠다"고 적었습니다.

양구경찰서도 군청 공무원을 성명불상의 사람으로 보고 아예 입건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7장짜리 경찰 보고서입니다.

"공무원들이 지뢰 폭발물 사고를 예방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면서도 "폭발물 지식이 전무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아무도 책임이 없다는 결론.

피해 병사들은 발목 절단 위기 속에 수십 차례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표정호/피해 병사 : 저도 모르게 그냥 엄마 아빠한테 사과를 했던 것 같아요. 제 다리는 제가 아니까 어느 정도 다쳤는지 직감은 오잖아요. 주위 사람들이 고생하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현행법상 피해 보상 방안이 없다는 양구군.

안보관광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을 협약서에 포함하겠다는 21사단.

사고 후속 조치를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표정호/피해 병사 : 어떻게 보면 과거잖아요. 제가 다친 걸 되돌릴 순 없으니까 앞으로가 굉장히 중요해서 후배들이 안전하게 복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서로 자기 책임 없다고 미루고]

[김시온/피해 병사 : 폭발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보관하는 곳이 탄약고잖아요. 거기 안에서 터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에 사고 없이 탄약고에 잘 보관됐다가 정상적으로 안보전시관 개장할 때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다 터졌다면]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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