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 강남구 구룡마을이 내년 도시개발사업 착공을 앞뒀습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주민들이 망루를 짓고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을, 윤재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마을 어귀부터 현수막이 보입니다.
주민들이 연탄불 주위에 둘러앉았습니다.
마을 입구 천막에서 주민들이 모여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뒤로는 높은 철제 망루가 세워졌습니다.
망루가 들어선 건 일주일 전, 주민 일부가 서울도시공사와 강남구에 항의하는 의미로 세웠습니다.
네다섯 명이 위에서 숙식을 합니다.
[유귀범/구룡마을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 : 어차피 투쟁은 시작된 거 아닙니까? 그럼 이제 끝장을 봐야죠.]
1980년대 말부터 무허가 집들이 들어선 구룡마을.
서울시와 서울도시공사는 이곳에 공동주택 3520세대를 짓기로 하고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토지보상법상 기준인 '1989년 1월 24일 이전부터 무허가 주택에 거주한 것이 확인된 사람에겐 분양권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주민들에게는 임대주택과 이주비를 지원하겠다고 했고, 7백여 세대는 이미 이주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남은 약 400세대는 받아들일 수 없단 입장입니다.
[A씨/구룡마을 주민 : 다른 데 사는 사람도 임대신청서 내면 갈 수 있는 거예요. 근데 우리는 30~40년 산 집을 비워주잖아 자기들 사업하라고. 거기에 대한 보상도 안 해주고.]
[B씨/구룡마을 주민 : 나는 안 가. 우리가 다 늙었는데 (임대료) 몇십만 원씩 내고 어떻게 살아.]
망루를 세운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토지'.
자신이 살던 땅을 싼값에 사서 지역주택조합을 짓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서울도시공사와 강남구는 1989년 이전 거주자를 확인하기 어려울뿐더러, 당시에 만들어진 건 정식 '건축물'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 : 항공 사진을 한 1970년대부터 찍었어요. 보면 '비닐 간이 공작물'이 있었더라고요. 이건 주거용 무허가 건축물이 아니라는 거죠.]
주민들은 반발합니다.
[A씨/구룡마을 주민 : 간이 공작물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고 자식을 낳아서 키우고 대학을 가고. 우리를 사람같이 안 보고. 그럼 뭐냐 개 돼지지.]
일부 주민들은 토지가 아닌 '분양권'도 요구 중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 자진 철거를 계속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물리적으로 충돌을 최대한 피해서 원만하게 대화로 풀려고.]
양측이 팽팽히 맞서면서 이들의 망루 시위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화면출처 국토지리정보원]
[영상취재 신승규 / 영상편집 김동준]
윤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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