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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민주주의 망가질 것 같아서”…서울 도심 거리 메운 10만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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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0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시민들이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나서고 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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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을 거부한다”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하라”



주말 저녁 쌀쌀한 날씨에 빗방울까지 떨어지기 시작한 서울 도심 거리로 10만명(주최 쪽 추산)에 이르는 촛불 행렬이 거대한 외침과 함께 나아가기 시작했다. 비옷을 걸치고 두꺼운 옷을 껴입은 시민들은 한 손에는 촛불, 한손에는 ‘윤석열을 거부한다’가 적힌 손팻말을 번쩍 들고, 대통령 ‘거부권’이 무너트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각자의 자리에서 염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세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뒤 맞은 첫 주말인 30일 저녁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민중행동 등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 비상행동’은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을 시작해 서울 명동까지 행진했다. 친구와 함께 온 청년들, 유아차를 끌고 온 부모, 촛불 머리띠와 직접 만든 손팻말로 무장한 가족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추위를 나며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청하는 모습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와 당원도 앞서 같은 자리에서 열린 ‘제5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마친 뒤 행진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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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비를 피해 경복궁 처마 밑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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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연이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날 집회를 찾은 조영찬(52)씨는 “정부가 민주주의 기본 시스템을 무너트리고 있는데, 더이상 방치하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질 것 같다”며 “본인의 가족과 관련된 법에 대해 거부권을 지속해서 행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행진에 나선 김아무개(69)씨도 “세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보고 어떻게 대통령으로서 가족만을 감쌀 수가 있는가 분노해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특검법안에 세 번째 거부권을 행사해 내달 10일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날 무대에서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는 조문이 국회에 관한 헌법규정 중에서도 가장 앞에 배치된 이유는 입법권이 유권자가 국회에게 위임한 가장 본질적인 권한이자, 국회의 존재 이유이고 책임정치의 시작과 끝이기 때문”이라며 “여당 의원들에게도 요청한다. 유권자가 위임한 대표의 권한을 포기하지 말아달라. 광장에서 확인되고 있는 민심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그간 스물 다섯 차례 행사된 대통령의 ‘거부권’이 미친 불안과 위기감을 이야기했다. 자녀를 군대에 보냈다는 이밀씨는 이날 행진 전 집회 무대에 올라 “박정훈 대령 홀로 채상병 비문 앞에 서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외롭게 다짐한 그 순간 국가는 어디에 있었나”라며 “흔한 구명조끼 하나 못 받고 물속에 들어가 부모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상병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는 나라, 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을 지난 5월과 7월 두 차례 거부했다.



김형수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장도 대통령이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점을 짚으며 “(2022년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투쟁이 끝나고 대우조선은 5명의 하청노동자에게 47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윤석열 정부 검찰은 저에게 4년6개월 구형했다”며 “이대로 살 수는 없다’는 하청노동자에게 ‘지금처럼 그대로 살라’는 얘기 아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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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참여한 시민이 두꺼운 옷을 입고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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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변 문제로 경제나 사회 정책 등 민생 정책 전반이 멈춰 선 상황에 대한 우려도 터져 나왔다. 취업준비를 하는 이재혁(30)씨는 “청년 일자리 문제가 역대 가장 심각하다고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기업 편만 드는 정책을 펴면서 청년을 무시하는 것 같은 상황에 분노한다”고 했다. 대전에서 온 권아무개(39)씨는 “가장 큰 문제는 민생 경제”라며 “다른 정의나 도덕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민생경제 악화는 생존이 달린 문제인데 국민 생존에 대통령이 정말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날 촛불 행진은 큰 충돌 없이 이어졌다. 거리에 서서 촛불 행렬을 응원하는 시민과 이에 호응하며 손 인사를 건네는 행진 참여자가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촛불행진에 참여한 정아무개(62)씨는 “집회 참여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날이 점차 추워지겠지만 상관 없다. 나라가 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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