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비율 3%‧성장률 3%‧원유 300만 배럴 증산
트럼프 2.0 담아낸 단순 명쾌한 정책 평가
8월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 유세 현장에서 스콧 베센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애슈빌(미국)/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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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내부 경쟁 끝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2기 행정부의 재무장관으로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최고경영자(CEO) 스콧 베센트가 지명됐다. 베센트는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거액의 모금으로 눈도장을 찍은 것 외에도 경제고문으로서 트럼프 당선인의 신뢰를 얻었다. 무엇보다 베센트의 설득력 있으면서도 간결한 ‘화법’이 지명을 받게 된 열쇠로 꼽힌다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짚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베센트가 자신이 구상하는 ‘트럼프 경제 2.0’을 알기 쉽고 간결하게 풀어낸 점을 높이 샀다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물론 지지자들에게도 효과적인 정책 전달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요약을 선호하는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한 관계자는 “그는 관료가 만든 자료는 읽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센트의 능력을 증명한 건 ‘3-3-3’ 정책이다 베센트는 미국 대통령선거전이 한창이던 6월 맨해튼연구소 주최 대담에서 해당 정책을 제안했다.
△다음 대선이 있는 2028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로 줄이고 △규제완화를 통해 GDP 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며 △원유 생산량을 하루 300만 배럴 증산하자는 내용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지향하는 경제 정책을 기억하기 쉬운 캐치프레이즈로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3-3’ 정책은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2년 장기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한 ‘세 개의 화살’ 정책에서 착안했다. 아베 전 총리는 금융완화와 적극적 재정, 과감한 성장전략을 축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친밀했던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의 간결한 화법 선호 성향을 파악했던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트럼프의 선호는 무관하다. 이미 재정적자를 제외하면 베센트가 제시한 정책이 이미 실현되고 있다. 미국의 2023 회계연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6.3%로 직전 회계연도(5.4%)보다도 0.9%포인트(p) 높아졌다. 올해 7~9월 GDP 성장률은 연율 2.8%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원유도 이미 하루 1300만 배럴 이상 생산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3-3-3 정책이 트럼프 2기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는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때 저널리스트를 지망하기도 했던 베센트의 화법은 앞으로도 행정부와 시장 간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베센트는 트럼프 당선인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에너지 자립’을 지지해 유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관세는 무역 상대국과의 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협상 카드로서의 의미를 강조해 시장에도 안정감을 안겨주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베센트를 “세계 최고의 국제 투자자이자 지정학적 및 경제적 전략가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르치려 드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누구든 트럼프 당선인의 사람이 되고 싶다면 복잡한 세계를 명쾌하고 쉽게 풀어내는 화술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닛케이는 권고했다.
[이투데이/정영인 기자 (o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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