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취임식에서 함께 손을 들어올리고 있는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오른쪽)과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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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대통령을 청부 암살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던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30일 로이터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탄핵이)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날 취재진에게 말했다. 이어 “큰 틀에서 보면 세라 부통령은 중요하지 않다”며 “탄핵 소추를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런 발언은 필리핀 정국이 현직 대통령·부통령의 정면 충돌로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나왔다. 최근 두테르테 부통령은 온라인 인터뷰에서 “나를 겨냥한 암살 계획이 있다”고 주장하며 “만약 내가 살해당하면 (내 경호원에게) BBM(마르코스 대통령의 이니셜), 리자 아라네타(대통령 부인), 마틴 로무알데스(하원의장)를 죽이라고 했다. 농담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현직 부통령의 공개적 위협을 국가 안보 문제로 간주하고, 대통령과 그 가족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야권 진보정당연합인 마카바얀 등은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을 주장해왔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재임 1965~1986년)의 아들이고, 사라 두테르테는 직전 지도자인 로드리고 두테르테(재임 2016~2022년) 전 대통령의 딸이다. 각각 부친의 후광을 등에 업은 두 사람은 2022년 선거에 짝을 이뤄 출마해 압승했다. 그러나 정권 출범 직후부터 마르코스 주니어가 자신의 전임자인 ‘아버지 두테르테’의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보면서 대통령·부통령의 갈등이 깊어졌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전 정권의 친중(親中) 정책을 폐기하고 강력한 친미 국가로 전환했다.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켰던 두테르테 정권의 ‘마약과의 전쟁’ 진상 규명에 나서면서 갈등은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딸 두테르테는 지난 6월 자신이 겸직하던 교육부 장관직을 사임하고, 범정부 반군 진압 태스크포스 위원 자리도 내려놓는 등 마르코스 주니어와 대립각을 세웠다. 여기에 마르코스 주니어 측근 의원 주도로 부통령실 예산이 대폭 깎이고, 부통령 수석 보좌관에 대해 사법 당국이 예산 유용 혐의로 조사에 착수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현직 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살해 위협을 공개 언급하는 수준으로 관계가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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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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