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인세 인하시 유인책 사라져…막대한 대미흑자로 표적될수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아일랜드가 흑자 재정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일랜드가 낮은 법인세에 힘입어 유치한 미국 기술·제약 대기업에 경제를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미 법인세 인하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대외환경은 29일(현지시간) 총선에서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여론조사에서 약 20%의 비슷한 지지율을 보이는 집권 통합아일랜드당·아일랜드공화당, 최대 야당 신페인당은 재정 흑자에 힘입어 저마다 수십억 유로 규모의 공공 지출 계획이나 감세를 약속했다.
통합아일랜드당은 호텔관광업과 유통업 부가가치세(VAT)를 13.5%에서 11%로 낮추겠다고 했고, 신페인당은 이 세율을 9%로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아일랜드공화당은 사회복지부담금 세율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FT는 "주요 정당이 흑자 재정의 뒷받침으로 호화로운 지출과 감세 약속을 내놓았다"며 "그러나 트럼프가 이 쏟아지는 수도꼭지를 잠글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일랜드가 현재 다국적 대기업에 매기는 법인세율은 15%로, 미국보다 6%포인트 낮다. 트럼프 당선인이 6%포인트 인하를 약속한 만큼 이를 이행하면 양국 세율은 같아진다.
아일랜드가 지난해 거둬들인 법인세 수입은 238억유로(35조원)이며 올해는 300억유로(4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일랜드 재정자문위원회는 전체 법인세 수입에서 3개 미국 기업의 비중이 43%라고 밝혔다. 온라인 매체 더커런시는 이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화이자라고 지목했다.
대형 제약사의 경우 미국에서 특허를 취득하고 매출 대부분을 얻지만, 세금을 낮추려 지식재산권과 생산, 수익 창출은 아일랜드에 적을 둔다.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는 최근 영국 방송 스카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3개 미국 기업이 아일랜드를 떠나면 우리는 법인세 100억유로(14조7천억원)를 잃을 수 있다"며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게 아니라 우리 경제가 노출된 위험 수준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해온 정책 플랫폼을 어떤 식으로든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일랜드 투표장 앞 유권자들 |
무엇보다 아일랜드에선 트럼프발 무역 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예고해 왔는데 아일랜드가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을 뿐 아니라, 막대한 무역 흑자를 내고 있어 트럼프 정부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일랜드의 대미 수출 540억 유로(약 80조원) 중 유기화학·의약품 수출이 360억 유로(53조원)로 3분의 2를 차지했다. 미국으로부터 수입은 230억 유로(34조원)로 대미 흑자가 310억유로(46조원)에 달한다.
올해 1∼8월 대미 수출은 455억 유로(67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24% 늘었는데, 8월엔 특히 대미 수출이 대유럽연합(EU) 수출을 앞질렀다.
트럼프 2기의 상무장관 내정자 하워드 러트닉은 지난달 "아일랜드가 우리 비용으로 무역 흑자를 기록한다는 건 터무니없다. 우리가 이 난센스를 끝낼 때 미국은 진짜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제유럽문제연구소의 경제학자 댄 오브라이언은 스카이뉴스에 "아일랜드 경제가 미국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는 두말할 나위 없다"며 "경기침체나 더 나쁜 상황이 온다는 건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이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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