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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미끄러져도 가야지"…'아슬아슬' 폭설 배달 포기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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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걷기도 힘든 빙판길을 배달 노동자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고 있습니다. 평소 벌이도 고용도 불안한 만큼 날씨가 궂을수록 더 붙는 '추가 수당'을 포기하기 어려운 겁니다.

이은진 기자입니다.

[기자]

굵은 눈발이 블랙박스 카메라를 가릴 정도로 쏟아집니다.

차 바퀴가 지나지 않는 곳에는 이미 눈이 꽤 쌓였습니다.

신호가 바뀌고, 좌회전 하는데 균형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대로 미끄러집니다.

[아악!]

오토바이를 갓길로 옮기고, 먼저 살피는 건 몸이 아니라 '배달 현황'입니다.

[휴대폰이 맛이 갔어. 액정이 하나도 안 보여.]

이러고도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 또 음식을 배달했습니다.

[박모 씨/배달 노동자 : 평소에는 3천원부터 시작해요. (눈 오면) 8천원 이상부터 뒤에 이제 거의 1만5천원 이상까지…]

'눈 폭탄'이 내리면 배달 수당은 5배가 됩니다.

[박모 씨/배달 노동자 : 애들 셋을 혼자 키우고 있다 보니까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인 거죠.]

눈이 그쳐도 도로는 여전히 달리기에 위험합니다.

비탈은 두 발로 주춤주춤 짚어가며 지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골목길엔 이틀 동안 내린 눈이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쌓인 눈은 낮엔 녹았다가 밤에 다시 얼면서 그대로 빙판길이 됐습니다.

도로 사정이 어떻든 쉬지 못하는 건 새벽배송 노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어! {조심해!} 천막 다 무너졌어 지금.]

눈 무게에 무너진 가건물 옆에서, 물건 분류 작업은 이어졌습니다.

[물류센터 노동자 : '그냥 일은 계속 진행하시죠' 이렇게 나왔다더라고요. 회사는 변하는 게 없더라고요. 무조건 일이고…]

임금이 낮고, 그나마도 뛴 만큼 버는 '불안정 노동자'들에게는 '멈출 권리'가 없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지 않도록, 국회에서는 '노동약자법'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지만 도입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영상취재 이동현 이주현 / 영상편집 강경아]

이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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