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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3일 남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 …막판 초안도 갈등 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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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 5일차인 29일 오전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협상회의 참관인으로 참여 중인 플뿌리연대,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플라스틱 추방연대(BFFP), 국제환경법센터(CIEL), 세계자연기금(WWF) 등 시민단체 연합이 기자회견을 열어 지지부진한 협상에 대해 각국 대표단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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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하는 협약을 만들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국제회의에서 마지막 초안이 나왔다. 핵심 쟁점인 ‘생산 감축’과 관련, 부속서를 만들어 목표를 제시한다는 선택안이 담겼다. 회의 종료까지 단 3일만 남겨둔 상황에서 이를 두고 막바지 협상이 전개될 전망이다. 환경단체들은 “절충안이 아닌 강력한 협약을 만들라”며 각국 대표단을 압박했다.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회의(INC-5)가 5일차에 접어든 29일 오후,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은 협약 성안을 위한 23쪽짜리 4차 초안을 공개했다. 오는 12월1일 회의가 끝날 예정이라, 이 마지막 초안을 가지고 주말 동안 막바지 협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애초 전날(28일) 밤께 새 초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으나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며 일정이 늦어졌고, 29일 오후 6시부터서야 초안을 놓고 본회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플라스틱은 원유로부터 1차 원료인 폴리머를 생산할 때부터 최종 제품으로 소비되어 폐기될 때까지 전생애주기에 걸쳐 오염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강력한 협약을 원하는 쪽은 ‘1차 폴리머 생산 감축’을 협약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산유국이나 플라스틱 생산국들은 이를 반대해왔다. 양쪽의 갈등이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최대 쟁점이다. 이번 회의를 열 때 의장이 제시한 초안에는 “플라스틱의 전 생애주기 동안 지속가능한 수준의 플라스틱 생산 및 소비를 달성하기 위해 1차 폴리머의 공급을 관리할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새로 나온 초안의 ‘공급 또는 지속가능한 생산’(6항) 조항을 보면,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선택안이 제시됐다. 하나는 협약 성안 뒤 열릴 첫 당사국총회에서 “1차 플라스틱 폴리머의 생산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전지구적 목표를 담은 부속서를 채택”하는 안이다. 강력한 협약을 원하는 당사국들은 “1차 폴리머 생산량을 2025년 대비 2040년까지 40% 줄이자”는 목표를 협약에 구체적으로 담자고 주장해왔는데, 이를 두루뭉술하게 담은 안이다. 구체적인 목표를 협약 본내용에 담진 않지만 부속서 형태로 제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반면 다른 하나는 아예 아무런 내용도 반영하지 않는 안으로, 산유국 또는 플라스틱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중국 등이 이를 지지한다. 이에 대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법적 구속력이나 구체적인 목표 등이 초안에 담기진 못했지만, 그래도 ‘생산 감축’ 관련 내용이 선택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엔지오(NGO) 등은 일단 협상 진행 상황을 지켜보자는 기류”라고 한겨레에 전했다. 다만 “가장 우려되는 건 산유국들의 반대가 만만찮다는 점”이라고 홍 소장은 지적했다. 국제회의는 대체로 만장일치를 요구하는데, 막바지 협상에서 산유국들이 강하게 반대할 경우 아예 ‘생산 감축’과 관련한 단어가 빠지거나 축소되는 안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홍 소장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처럼 전문가들이 결합한 ‘리뷰 커미티’에 해당할, 당사국총회에서 ‘과학-기술-경제-사회 검토위원회’라는 보조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3항)이나, 플라스틱의 제품 설계나 재사용·재활용 규모를 제한하는 내용(5항) 등도 중요한 논의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 5일차인 29일 오전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참관인으로 참여중인 각국 시민단체 회원들이 UN 국제 플라스틱협약 회의 상징 조형물 앞에 모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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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오들은 막바지 협상에서 각국이 산유국, 플라스틱 생산국의 입김을 과감하게 끊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29일 오전, 회의에 참관인으로 참여 중인 ‘플뿌리연대’ 등 149개 국내외 시민단체 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각국 정부 대표단에게 “협상의 마지막 순간 더 용기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의 5일차가 되었는데도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자, 실질적인 구속력 없이 자발적인 조처에만 맡겨두는 ‘껍데기’ 협약이 도출될까 우려한 것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회의장에서는 야망이 낮은 국가의 방해공작이 한창인 반면 우호국연합(HAC) 회원국 등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국가들은 구속력이 없는, 아무 의미 없는 협약문에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정부 대표단에게는 다수결이나 뜻이 맞는 국가들간의 합의 등 여러 절차적 선택지가 있다. 협상의 마지막 순간에 각국 정부는 더 용기있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만장일치 방식에 얽매여 협약 수준을 낮추는 결과가 나와선 안 된다는 경고다.



이날 오후 그레이엄 포보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조약 협상단 단장은 “이번 문서는 ‘협약을 위한 협약’의 결과물로 재앙적일 수 있는 수많은 선택안을 담고 있다”며 “국가들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그나마 남아 있는 플라스틱 생산 감출을 위한 전 세계적인 목표를 최종 협약 문안에서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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