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 들어 3분기까지 6600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누적 순손실은 6814억원에 이른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1년 1조535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이듬해부터 실적이 빠르게 악화됐다. 2022년 762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작년에도 34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각 증권사의 4분기 실적 추정치를 종합하면 올해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 규모는 8000억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롯데케미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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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의 실적이 꺾인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중국산 제품의 과잉 공급 때문이다. 지난 2021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포장재와 의료·방역 용품의 사용량이 늘고, 전기·전자·자동차 등 전방 산업의 제품 수요 확대 등으로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의 코로나 봉쇄 장기화 등이 겹치면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됐고 경기 민감 업종인 석유화학 역시 업황이 악화됐다.
그 사이 중국이 기초화학 제품에서 자급자족에 성공하면서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국내 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 중국은 2010년대 후반부터 기초화학 제품 공장을 대규모로 증설해 2020년 이후 공급량이 크게 확대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2500만톤(t) 규모로 국내 전체 에틸렌 생산량인 1300만톤의 약 2배에 달했다.
저렴한 중국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기초화학 사업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대표적 기초화학 제품인 에틸렌의 경우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의 가격을 뺀 수치)가 지난달 말 기준 185달러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이 수치가 300달러를 웃돌아야 마진을 남길 수 있다고 본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 매출에서 기초화학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8.2%에 이른다. 이는 LG화학(37.9%), 한화솔루션(40.4%), 금호석유화학(56.8%) 등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수치다. 경쟁사가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주력해 실적을 방어한 반면 롯데케미칼은 과잉 공급의 영향을 그대로 떠안게 됐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의 회생을 위해 최근 담보로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제공했다. /롯데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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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게 추진한 인수합병(M&A)으로 재무 부담이 커진 점도 롯데케미칼이 위기를 맞은 이유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월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동박을 제조하는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이 밖에 전해액 유기용매 생산 설비에 3500억원을 썼고, 총 4억5000만달러가 투입된 미국 양극박 공장을 건설하는데도 투자했다. 그러나 이후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아직까지 기대한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의 위기를 진화하는데 최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27일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은행 보증을 추가하기 위한 담보로 그룹의 상징인 서울 송파구 잠실의 롯데월드타워를 제공했다. 28일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는 지난 1년 간 화학군을 이끌었던 이훈기 사장을 퇴진시키고,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인 이영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60%대인 기초화학 사업의 매출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30%로 낮추고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여수공장 등 기초화학 제품을 만들었던 주요 생산 시설에 대해서도 가동률 조정 등을 포함한 원가 절감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그룹이 롯데케미칼의 회생을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섰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과잉 공급이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실적을 반등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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