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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매경춘추] 중동엔 석유, 중국엔 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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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稀土)가 있다.'

32년 전 덩샤오핑이 남순강화에서 한 말이지만, 오늘의 중국을 예측한 듯하다. 세계는 두 번의 석유 위기를 넘기면서 원유는 상품이 아니라, 정치외교적 무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희토는 사실 희귀하지도 않고, 흙도 아닌지라 이름 자체가 모순이다. 홑원소로 추출이 어려운 금속이라서 이름이 그렇게 붙은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저장량, 산출량, 판매량 모두 세계 1위지만, 세계 희토류의 90% 이상을 가공하는 기술과 산업 체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전략적으로 의미가 더 크다.

전자, 통신, 에너지, 자동차, 항공우주 등 첨단 기술 쪽에서도 많이 쓰이는데, 예를 들면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35 한 대에 417㎏이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만약 중국이 공급을 차단하면, 90일 이내에 미국의 주요 첨단무기에 들어갈 재고가 소진된다는 미국의 보고서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우세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과거 국내 회사들 간 가격 경쟁으로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채굴 및 제련 과정에서 환경을 희생시켰다. 장시(江西)의 간저우(공州) 지역은 희토 채굴로 인한 오염 복구에 10년 동안 380억위안을 써야만 했다.

일본은 중국 희토류 수출의 60%(금액 기준)를 수입한다.

2010년 일본과의 댜오위다오(釣魚島) 분쟁은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쓴 최초의 사례다. 원자로의 제어봉, 레이저 재료 등에 쓰이는 산화 디스프로슘(Dy)은 당시 1㎏에 166달러였는데, 중국이 수출을 막자 1000달러로 급등했고 미국과 일본은 손잡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 무역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미국은 미리 400t의 희토류를 확보했었다고 하니, 트럼프 2기에도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치밀하게 준비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희토류 수요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니,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중국도 관세 폭탄에 대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10월 1일 시행된 '희토류 관리조례'는 산업집중도 제고와 수출 통제 및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3년 전 남부지역의 중국알루미늄(Chinalco) 등 세 회사를 합병시켜 '중국희토집단(China Rare Earths Group)'을 출범시켰고, 북부지역인 내몽골에도 '북방희토(北方稀土)'의 덩치를 키우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대형사 몇 개로 글로벌 시장의 가격 결정권과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건 아마도 석유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철광석의 발레(VALE) 등으로부터 배웠을 것이다.

또 중국이 희토류와 관련된 특허가 많기는 하지만, 미들 및 다운 스트림의 응용과 관련된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희토류의 채굴이 1, 분리가 10이라면 신재료의 부가가치는 100 또는 1000이다.

중국은 기술의 업그레이드를 통한 희토류 신재료의 상품화야말로 강력한 무기란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실상 전쟁 상태인 두 대국의 안중에 결코 다른 나라는 없다. 우리는 알아서 대비하고 피해 가야만 한다.

[신형관 중국자본시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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