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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지평선] 스트롱맨의 예측불허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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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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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8년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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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 정상 간 ‘브로맨스’(Bromance) 재개 가능성이 커졌다. ‘연애를 방불케 하는 남성들 간 우정과 교감’을 국제사회에 다시 선보일 것이란 얘기다. 중단된 북미 관계를 전격 복원하기 위해 트럼프 특유의 ‘톱다운(Top down·하향식)' 방식 대화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향이 되든,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외교적 현상변경’ 시도에 대비해야 할 상황이다.

□ 양측 대화는 ‘우선 대화 후 실질적 협상’에 들어가는 형태가 예상된다. 결별한 옛 연인이 원점에서 새롭게 다가서듯 트럼프가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올 7월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김정은도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며 “핵무기를 가진 이와 잘 지내는 것은 좋다”고 했다. 트럼프의 마음속 김 위원장 비중이 뚜렷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전쟁 후 70년 가깝게 적대관계를 이어온 양국 정상이 ‘세기의 이벤트’를 펼친 그 강렬한 기억을 떨치긴 힘들 것이다.

□ 두 사람은 ‘스트롱맨’이다. 2000년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이 권좌에 오르면서 ‘스트롱맨 시대’가 열렸다. 이후 시진핑 등 강대국 정상들이 비슷한 성향으로 채워지면서 국제정치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됐다. 자국 이기주의나 민족주의, 정치·문화적 보수주의, 소수자와 외국인 보호 경시, 엘리트 집단을 건너뛰고 일반 국민을 공략하는 포퓰리스트 성향 등이 특징이다. 폭력적이고 대담한 통치로도 설명된다.

□ 트럼프가 ‘케미’가 좋다고 직접 말했거나 지목된 인물은 김정은, 푸틴,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이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독재적 성향이 느껴지는 인물군이다. 이런 부류 간 접촉과 흥정은 '그들만의 이해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반도 정세가 북미 지도자 간 이벤트 자체에 매몰되는 경우, ‘트럼프-푸틴-김정은’ 3각 라인이 득세할 우려도 있다. 우리 외교가 ‘신(新)스트롱맨 시대’ 흔들림 없이 국익을 지킬 만큼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박석원 논설위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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