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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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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군용기 무더기로 우리 방공식별구역 도발... 한중관계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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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35분부터 오후 1시 53분까지 순차 진입
중국 국방부 "연간 협력계획에 따른 공중 순찰"
北 오물풍선 도발 중 러시아 국방장관 방북…한반도 긴장 고조
한국일보

사진은 전략폭격기 훙-6K가 남중국해 상공을 비행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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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29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무더기로 진입했다. 우리 공군 전투기가 대응 출격해 도발에 맞섰다. 영공 침범이나 양측의 충돌은 없었다.

문제는 중국의 의도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며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중국은 군사적으로 러시아와 밀착했다. 내년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유력해 한중관계에 순풍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9시 35분부터 오후 1시 53분까지 중국 군용기 5대와 러시아 군용기 6대 등 모두 11대가 동해 및 남해 카디즈에 순차적으로 진입했다가 이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은 중국 및 러시아 군용기가 카디즈에 진입하기 이전부터 식별했고, 공군 전투기를 투입해 우발상황을 대비한 전술조치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유선 항의도 이어졌다. 국방부는 이날 우경석 국방부 지역안보협력 태스크포스(TF)장이 이날 오후 왕징권 중국 국방무관과 니콜라이 마르첸코 국방무관에게 유선으로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중러는 그간 연합훈련에 나설 때면 군용기를 보내 카디즈를 유린해왔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7월과 8월이 그랬다. 당시에 비춰 이번의 경우 중국은 H-6 폭격기, 러시아는 Tu-95 폭격기를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5월과 11월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훈련을 명목으로 우리 카디즈를 넘나들었다.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 횟수는 지난해 133회에 달했다. 연간 50~75회에 그쳤던 2019~2022년보다 1.5~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각국이 미식별 항적을 조기에 식별함으로써 영공 침범을 방지하고자 임의로 설정한 구역이다. 따라서 '영공'과는 다르다.

다만, 타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는 군용 항공기는 해당 국가에 미리 비행계획을 제출하고 진입할 때 위치 등을 통보하는 것이 국제 관례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 측에 아무런 통보 없이 카디즈에 진입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한중 간 군사 직통망이 있는데도 아랑곳없다. 사후 소통에 그칠 뿐이다. 한러 사이에는 2021년 직통망 개설에 합의했는데, 후속조치가 없어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중국은 국제 정세와는 무관하며 정기훈련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국방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러가 연간 협력 계획에 근거해 동해 관련 공역에서 9차 연합 공중전략 순찰을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중국은 "국제 관행에 따라 제3자를 겨낭한 것이 아니며 국제 및 지역 정세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면서 결과적으로 중국이 동조한 모양새가 됐다. 파병을 통해 이미 혈맹관계로 진화한 북러를 상대로 중국이 거리를 두는가 싶었지만, 이번 훈련에서 보듯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이해관계는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반대로 한중관계는 허점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15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러북 군사협력에 대응해 한중 양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는 데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북러 군사협력을 거론하며 이와 엮이고 싶지 않은 중국을 상대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와 기존의 도발 행태를 지속하며 한국을 자극한 셈이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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