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48.76포인트(1.95%) 내린 2,455.91로, 코스닥은 16.20포인트(2.33%) 하락한 678.19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환율은 오후 3시46분 기준 0.80포인트(0.06%) 하락한 1,394.80원을 기록하고 있다. 2024.11.2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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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코스피가 2%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발 무역분쟁 우려에 경기둔화 가능성이 겹치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다. 여기에 엔화 강세로 인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까지 급부상, 지난 8월 5일의 ‘검은 월요일’을 떠올리게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8.76포인트(1.95%) 내린 2455.91로 마감했다. 전장보다 7.74포인트(0.31%) 내린 2496.93로 출발해 낙폭을 키웠다. 장중 2.3% 넘게 내리며 2446.96까지 밀리기도 했다. 거래량은 8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날 한국은행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 이후 코스피는 소폭(0.6%) 반등했으나, 이날은 기준금리인하 효과가 아예 없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올해 성장률을 2.2%로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둔화 경고음으로 작동했다.
특히 장 시작 전 발표된 국내산업활동향 내 실물경제지표가 이른바 ‘트리플 약세’를 기록하며 경기둔화 우려를 키웠다. 산업생산은 공공행정(-3.8%), 건설업(-4.0%) 등의 부진으로 0.3% 감소했고 소매판매 및 설비투자도 모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은 개장과 동시에 ‘팔자’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이후 꾸준히 매도 물량을 확대, 7482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31일 8583억원 순매도 이후 최대다. 기관이 순매수로 돌아서고 개인이 5907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가운데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외국인은 11월 3거래일만(4일: 297억원, 7일: 1046억원, 22일: 1175억원) 제외하고 나머지 18거래일 순매도를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코스피 이탈에는 엔캐리 트레이딩 청산 우려 급부상도 자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전망이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달러당 엔화 가치를 나타내는 엔·달러 환율은 장중 1달러당 150엔 아래로 떨어졌다.
엔케리 트레이드는 저리로 엔화를 빌려 고가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시장에선 일본이 오는 12월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5일 한차례 코스피 급락의 뒤에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수급 불안이 자리했다.
박석현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연구원은 “주식시장 변동성이 지난 8월 초와 유사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은 성급하나 엔화 강세가 국내 주식시장 외국인 매도세와 연결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12월까지 엔달러 환율 추이 변화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대부분 종목의 주가는 하락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코스피 대형주로 몰리면서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8개 종목이 하락으로 마감했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셀트리온과 네이버(NAVER) 두 종목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주와 LG에너지솔루션, POSCO홀딩스, 삼성SDI 등 이차전지주 주가가 일제히 내렸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무역분쟁 우려까지 겹치면서다.
걸그룹 뉴진스의 계약 해지 선언에 하이브 주가는 4% 넘게 내렸다. 이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승인에 따른 재료 소멸로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IDT 등 관련주 주가도 하락으로 마감했다. 대한항공 주가만 1%대 상승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2% 넘게 내렸다. 전장 대비 16.20포인트(2.33%) 내린 678.19로 마감했다. 지수는 0.15포인트(0.02%) 내린 694.24로 출발한 뒤 역시 낙폭이 커졌다. 외국인이 113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130억원, 100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 시총 상위 종목들의 주가도 대부분 내렸다. 특히 시총 1위 알테오젠의 주가가 7% 넘게 내렸다. 이차전지주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주가도 각각 6%, 5% 넘게 떨어졌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상승은 레인보우로틱스와 JYP Ent.에 그쳤다.
한지영 연구원은 “최근 투자심리와 수급이 워낙 취약하다 보니 주가가 외부 요인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듯하다”며 “환율이 더는 급등하지 않고 증시의 가격 매력도 높아진 만큼 낙폭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9원 내린 1394.7원으로 집계됐다.
배동주 기자(dont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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