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풀고 석유 수입 재개 땐 일석삼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9일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서 진행된 스페이스X 스타십 로켓의 6차 시험 비행 발사를 참관하고 있다. 브라운스빌=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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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첫 집권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와 앙숙이었다. 서로 상대방을 ‘독재자’ ‘사기꾼’이라 부르며 삿대질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고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으로 탈출한 수십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은 트럼프에게 내쫓고 싶은 이방인이다.
업자들의 솔깃한 제안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집권 2기를 시작하는 트럼프를 상대로 마두로 축출 시도를 멈추고 그와 새로 거래를 트라는 로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를 부추기는 이는 주로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 재개로 이익을 챙겨 보려는 사업가나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2019년 초부터 베네수엘라에 가해지고 있는 제재를 풀어 싸고 질 좋은 석유를 다시 사들이기로 결정할 경우 미국 내 유가가 안정될 뿐 아니라 베네수엘라발 불법 이민도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대규모 불법 체류자 추방 구상에 협조해 줄 것을 트럼프가 마두로에게 요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 경제 형편이 나아지면 고국을 떠나려는 베네수엘라 국민도 적어질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제재 뒤 미국 기업이 비운 자리를 채우며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서 입지를 다진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는 데에도 마두로와의 관계 개선이 도움이 된다는 논리도 곁들였다.
부메랑으로 돌아온 제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8월 28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재선 축하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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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갈수록 제재는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형국이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7일 베네수엘라 군·정보기관 관리 21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하고 미국 내 자산 보유 및 각종 거래를 금지했다. 7월 베네수엘라 대선 뒤 개표 불공정성을 비판하는 시민 탄압에 간여한 인사라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이렇게 미국 제재를 받은 마두로 측근이 180명에 이른다고 WSJ는 전했다.
그러나 마두로의 장악력은 오히려 더 강해지는 모습이다. 이튿날 곧장 베네수엘라 국회는 국제사회의 자국 대상 제재 부과에 동조하는 이들을 상대로 30년 징역형에 처하거나 60년간 공직을 맡을 수 없게 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중남미 주재 미국 고위 외교관 출신인 토머스 섀넌은 WSJ에 “정권 교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국민을 가난하게 만들어 이주민 유출만 가속화한 정책 접근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마두로 집권기 고국을 등진 베네수엘라인 약 800만 명 중 70만 명가량이 미국에 살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를 자주 두둔했다. 패배하면 베네수엘라로 이사하겠다고 농담할 정도였다. 승리 직후 당선 축하 등 마두로의 화해 손짓까지 나온 마당이라 트럼프의 전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다만 쉽게 관계 개선으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으로 각각 지명한 마이크 왈츠, 마코 루비오는 모두 대(對)베네수엘라 강경파다. 최측근으로 부상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올해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마두로의 반대편에 섰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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