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28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위한 선결 요건이 모두 충족됐다고 판단해 심사를 종결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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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꿈은 이뤄진다. 4년을 넘게 기다린 오랜 뚝심이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라는 결실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조원태 시대'가 활짝 열렸다.
대한항공은 이번 유럽연합(EU)의 최종 승인에 따라 지난 2021년 1월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중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의 승인을 받았다.
대한항공은 마지막으로 남은 미국 법무부(DOJ)에도 EC의 승인 내용을 보고했다. DOJ는 심사 결과를 따로 발표하지는 않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독과점 소송을 내지 않으면 합병 승인 절차가 마무리된다.
업계에서는 EC의 최종 승인이 사실상 기업결합 심사 마무리라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도 올해 12월 안으로 최종 거래종결 절차를 매듭지을 계획이다.
조원태 '결단력·리더십'…잇단 승부수로 의미있는 결과
최종 난관으로 여겨졌던 EU까지 잇따라 승인을 얻어내면서 '취임 5년 차' 조원태 회장의 리더십도 주목받고 있다. 험난했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과감한 결단력과 리더십을 보여준 결과다.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단을 내린 시점은 2020년이다. 2019년 4월 회장 취임 직후 항공업계 전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생존을 위협받으며 몸을 움츠리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 셈이다.
특히 무려 4년이 넘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 조 회장은 "반드시 합병을 성사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며 언급하기도 했다.
지지부진하던 두 항공사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게 된 데에도 조 회장의 과감한 결단력이 빛을 발했다. 조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 노선 반납과 화물 매각 승부수가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조 회장과 경영진들은 미국·유럽 등 현지를 수차례 방문해 정·재계 인사는 물론 경쟁사들에 신규 시장 진입 의향을 확인·설득하는 등 지원조건을 꼼꼼하게 들여다봤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경쟁당국 심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조원태 회장이 승부수를 던지며 승인을 이끌어냈다"며 "크고 작은 위기 속에서 전면에 나서면서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돈독해진 조 회장 입지
이로써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초대형 항공사라는 오랜 숙원까지 한 번에 이루게 됐다. 이제 재계에서는 통합항공사의 출범 이후 조 회장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2020년 조 회장은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CGI) 펀드·반도건설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산업은행을 '백기사'로 끌어들여 경영권을 지킨 바 있다.
초대형 항공사 탄생의 원년이 될 올해는 조 회장의 입지가 크게 변화할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통합항공사 출범 이후 실적 개선 등 시너지가 확대될수록 조 회장의 경영권도 안정화될 전망이다.
경쟁 업체 인수를 통해 대한항공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은 각각 14조5751억원, 6조5321억원으로 합산 매출 총 21조1072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도 1조5869억원, 4006억원으로 총 1조9875억원 수준이다.
보유 항공기 수는 대한항공 158대(여객기 135대·화물기 23대), 아시아나항공 80대(여객기 68대·화물 12대)를 합쳐 총 238대에 이른다.
올해 조 회장은 인수 막바지 작업에 매진하는 동시에 EU 에어버스와 미국 보잉으로부터 최신 항공기를 잇따라 구매하면서 일찌감치 여객 기단 재편에 나섰다. 통합 이후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커지는 대한항공의 체급에 맞게 전열을 재정비한 것이다.
조 회장의 선제적인 기단 확대 승부수로 대한항공의 노선과 기재 운영의 글로벌 경쟁력은 기존보다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면서 향후 추가적인 항공기 도입과 노선 확장 등에 있어 한층 강해진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규모의 경제에 따른 원가 절감에 더해 아시아나항공과 산하 저비용항공사(LCC)가 대한항공의 정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글로벌 항공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M&A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고 말했다.
김다정 기자 d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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