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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페이스 미’ 선택적 기억상실 이민기, “7년 전 그날, 너였어?”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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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김재동 객원기자] 7년 전 그 날은 결혼 예복을 맞추는 날이었다. 혜진(하영 분)은 환하게 웃으며 커플 시계를 찬 우리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턱시도는 불편했다. 끼는 느낌이 거북했지만 도우미는 원래 그런거라며 잘 어울린다고 격려해주었다. 조언도 곁들였다. 혜진이 웨딩드레스 입고 나올 때 감동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아니면 평생 원망 들을 거라고. 하지만 웨딩드레스를 입은 혜진의 모습은 끝내 보지 못했다.

마침 그때 건물밖에서 거칠게 울리는 급브레이크 소리와 충돌음,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서둘러 내려갔을 때 트럭을 추돌한 승용차의 운전자는 트럭 적재함에 실려있던 쇠파이프에 복부를 관통당한 상태였다.

구급차로 이동하며 다행히 출혈점은 찾았다. 그리고 그 채로 수술방까지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 턱시도와 와이셔츠는 피범벅이 되었지만 응급의학 전문의로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 혜진의 전화가 걸려왔다.

대화도 세세히 기억한다. “어, 혜진아 미안. 지금 막 나가는 길인데..”했을 때 건너오는 혜진의 힘없는 목소리. “오빠”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미안해. 미리 말했어야 됐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왜그래?”란 질문을 마무리짓기 전에 들려오는 파열음. “혜진아!” 불러보지만 대꾸는 없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서둘러 길을 건너며 도움을 청했다. “도와주세요. 여자 친구 지금 혼자 있는데..”할 때 날카로운 경적소리와 눈으로 온통 쏟아져 들어오는 헤드라이트 불빛. 그렇게 교통사고를 당했다. 충돌의 여파로 저만치 떨어져 있는 결혼반지를 본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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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수목드라마 ‘페이스 미’의 주인공 차정우(이민기 분)는 7년 전 그렇게 약혼녀 윤혜진을 잃었다. 살인범도 잡혔다. 혜진 옆집에 살던 친구 박유람을 방문해 함께 마약을 복용한 이진석(윤정일 분). 경찰은 마약복용으로 인한 환각상태로 무단 침입해 살해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증거로는 피해자 윤혜진의 신체와 범행도구인 칼에 남은 이진석의 지문, 집안에 남은 족적 등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 이진석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후 주변을 맴돈다. 녀석을 잡아 물어보니 윤혜진을 죽인 것은 자신이 아니며 그날 혜진의 집에서 뛰쳐나와 도망친 남자를 봤다고 말한다. 재심을 신청해 억울함을 풀 거라는 이진석은 차정우를 미심쩍게 바라보며 물어온다. “그거 너 아냐?”

그리고 시작된 기억의 편린들. 목이 졸려 질식해가는 혜진의 얼굴. 피범벅이 되었던 사건 현장의 모습. 교통사고로 현장을 볼 수 없었던 차정우라면 기억에 없어야 마땅한 장면들이었다.

이진석의 동생이자 사건 담당형사인 이민형(한지현 분)은 당시 차정우가 당했던 교통사고에 의문을 갖는다. 당시 담당형사는 차정우에 대해 ‘교통사고로 인한 혼수상태로 진술 불가’라 기술하고 있었고 사고 경위에 대해서는 “병원에서 나와 통화하며 달려가다가 주행 중인 차량을 미발견, 치여서 급하게 이송되었다 함”이라고 기술했다.

당시 담당형사는 참고인 진술과 수사기록이 달랐었다고 증언한다. 당시 참고인으로 진술한 차정우의 모친 윤서희(양소민 분)는 사고 위치가 아들이 일하던 병원 앞이라고 진술했는데 119 구조위치는 가연동으로 기록돼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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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우도 상담실장 양은정(김윤서 분)으로부터 그날의 증언을 듣는다. 그날 차정우가 살린 피해자가 양은정의 오빠였고 병원을 나서는 차정우를 목격했으며 정신없이 길을 건너던 차정우가 교통사고를 당할 뻔은 했지만 무사히 택시를 타고 급히 떠났었다고.

그 말에 그날 자신의 행적을 추적하던 중 응급실 후배를 통해 당시 사건이 어머니 윤서희의 부탁으로 조작됐다는 걸 알게 된다.

윤서희는 불안해 보였다. 다 지난 일 헤집어서 뭐하냐며 진실을 밝히길 거부한다. 차정우는 선언한다. “대체 뭐 때문에 조작까지 하신 건지 알아야겠어요. 제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그게 대체 뭔지!”

한편 이진석은 불현듯 현장에 떨어져 있던 시계를 기억해낸다. 엄마 오영숙(박미현 분)의 한복점을 찾아가 묻는다. “가연동 그 집에 있던 짐들 어디다 빼놨어?”

이 대목에선 오류가 있다. 28일 방영된 8회 초반 이민형이 읽었던 ‘가연동 예비신부 살해사건’의 기록에는 “이진석은 친구 박유람의 집에서”라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니 가연동 그 집은 박유람 소유일텐데 그 집 물건을 오영숙이 빼놓을 순 없다. 그러니 사건기록을 ‘이진석은 친구 박유람과 함께 집에서..’정도로 이해해야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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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이진석이 찾아낸 시계에는 정우·혜진을 의미할 법한 ‘JW HJ’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시계를 확보한 이진석은 차정우에게 전화한다. “너 그 집에서 대체 뭔 짓을 한 거냐? 진짜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거야. 기억이 안나? 그럼 튀어와! 다 기억나게 해줄테니까.” 이민형에게도 전화한다. “너 당장 집으로 와. 차정우가 범인이라는 거 똑똑히 보여줄테니까.”

그리고 이민형이 이진석의 집에 당도했을 때 이진석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고 차정우가 그 앞에 앉아 살피고 있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중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패러스 부인은 9월 16일 목요일 밤에서 17일 새벽 사이에 죽었다. 나는 17일 금요일 아침 8시에 불려갔다...」

여기서 ‘나’는 소설의 나레이터 제임스 셰퍼드 박사다. 화자인 셰퍼드는 ‘나’란 입장을 견지하며 사건을 설명해 간다. 그리고 그 ‘나’가 범인으로 밝혀졌을 때의 황당함이라니.

그러니 궁금하다. 선택적 기억 상실에 걸린 차정우는 진짜 윤혜진 살인사건의 범인일까? 윤혜진이 마지막으로 미안해 했던 ‘미리 말했어야 했던’ 일은 무엇일까? 그 때문에 이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일까? ‘페이스 미’에 어쩔 수 없이 쏠리는 관심사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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