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러시아 군인이 비공개 장소에서 슈퍼캠(Supercam) 드론을 조작하는 모습을 러시아 국방부가 27일 공개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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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F-35 같은 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
지난 25일(현지시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한마디는 돌출 발언이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 통령 당선자 주변에 있는 많은 ‘억만장자’들이 저렴하고 강력하다는 이유로 ‘드론’을 당선자에게 추천하고 있으며, 실제 국방부에서 고가의 무기 프로그램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폴리티코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은 드론의 실전에서의 가능성을 재확인하며 ‘드론 전쟁’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인 아니면 무인’이라는 식의 이분법으로 논의가 흐르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무인드론 제작사 대표가 국방부 부장관 후보
“드론 전쟁과 그 기반이 되는 기술 전쟁에서 승리하는 국가가 최고의 군대를 갖게 될 것이다.”
트럼프 캠페인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한 벤처 캐피털 투자자 마크 안드리센은 최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드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 전직 특수부대 장교가 자신에게 “40명의 병력과 드론만 있으면 이제 사실상 거의 모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드론은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있으며, 군집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해군이 올해 홍해에서 몇 달 동안 400만 달러짜리 미사일을 사용해 수천 달러짜리 후티 드론을 격추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소형 드론이 적에게 금전적 타격도 안긴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주변 거부들이 지목하는 건 유인 항공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트럼프 1기 때 국방부 산하 방위혁신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 행사에 나와 “육군은 쓸모없는 탱크를 없애고 에이아이(AI) 기반 드론으로 대체해야 한다. 미국이 수천 대의 탱크를 어딘가에 보관만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냥 버리고 대신 드론을 사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국방 분야에 사업가들을 지명했거나, 하려 하고 있다. 그는 미 해군 장관으로 사업가 존 펠런을 지명했다. 트럼프의 기부자인 펠런은 사모 투자 회사인 러거 매니지먼트를 이끌고 있지만, 군과의 인연은 없는 인물이다. 해군 장관은 미국 해군과 해병대를 총괄하는 최고 민간 지도자로서 국방부 장관 아래에서 행정적인 업무와 정책 결정을 담당한다. 해군의 예산, 인사, 장비 조달 등의 업무를 감독한다. 매 해군 최고 군사지도자인 해군 참모총장과는 다르다. 하지만 대체로 군 관련 경력이 있는 인물이 맡아왔다.
비어있는 국방부 부장관 후보에는 트레이 스티븐스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국방 기술 스타트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스를 공동 설립한 인물이다. 안두릴 인더스트리스는 인공지능과 자율 시스템을 활용한 다양한 무인 군사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로 고성능 드론이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이다. 국방 관련해 여러 기업에 투자한 세르베루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공동 최고경영자인 스티븐 파인버그도 국방부 부장관 후보 중 한명이다.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 분야에서 실제 주요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2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28회 러시아 산업인 국제 전시회 및 포럼에 전시된 레지오너 E29 수직 이착륙 드론. 상트페테르부르크/TASS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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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 전쟁의 미래일까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전쟁’으로 불린다. 최근 며칠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래 최대 규모의 드론전을 펼쳤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향해 드론 80대 이상을 발사했는데, 일부는 수도 모스크바를 겨냥했다고 한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역을 향해 드론 140대 이상을 발사했다. 비비시(BBC)는 “드론의 공격 무기화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혁신적인 변화”라며 “드론은 전자전 및 포격과 결합해 전쟁터에서 적군을 제압하는 효과적인 방어 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음이 증명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의 지휘관인 스티치는 비비시에 “제1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항공기가 탄생했다면 지금 우리는 미래의 드론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며 “아마도 20년 안에 전쟁의 흐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드론이 효과적’이라는 것과, ‘드론이 모든 유인 무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은 분명 다르다. 전문가들은 유인·무인 무기 간 적절한 조합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캐피털 알파 파트너스의 방위 산업 분석가 바이런 캘런은 폴리티코에 “국방부가 드론 배치를 가속할 수 있겠지만 이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식이 아니라, 적절한 조합을 찾아 나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 국방부는 새로운 항공 및 해상 드론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유인 항공기를 폐기할 계획은 없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유인 무기 시스템을 대폭 축소하려 하면 강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애드미럴 사무엘 파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19일 브루킹스연구소 대담에 나와 소형 무인 플랫폼이 유인 함선과 전투기를 대체할 수 없으며, 특히 태평양처럼 광대한 지역에서 임무를 완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유인 대 무인의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있다”라며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드론 사용이 성공적이었다고 해서 그 사례가 모든 전장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전투기 2100대와 항공모함 3척, 구축함 200척으로 구성된 전투 함대가 있다”며 “무인 무기체계만으로는 이들을 상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주변 거부들의 주장을 걸려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해관계 충돌 우려 때문이다. 안드리센의 회사인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소규모 방위 스타트업에 투자 중이다. 슈미트도 군사용 AI 기반 드론 개발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화이트 스토크를 설립했다. 익명의 한 방위 전문가는 폴리티코에 “투자자들은 실제 전장에서 필요한 기술과 장비보다는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이나 혁신적인 기술에만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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