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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학교 교문없앴더니…“폐교위기 극복하고, 동네주민 쉼터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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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용남중·화성 다원이음터
학교 부지에 지자체 지원으로
건물 올려 주민에 개방
폐교 위기 극복하고 학교·지역 상생
학생·주민 만족도 UP
교육부 “학교복합시설 확산”


매일경제

용남중학교 미래피움 광장에서 학생들이 버스킹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용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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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사천의 용남중학교에는 교문이 없다. 학교 건물과 건물 사이로 난 길이 마을로 이어진다. 어느 길에서 들어오든 그 길은 학교 중정으로 통한다. 마을로 난 길을 따라 주민들과 학부모, 인근 학교 학생들은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주변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용남중학교 체육관에서 학예회를 연다. 학부모를 위한 주말 목공 수업은 금새 정원이 찰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학교는 마을의 큰 행사에 급식실도 개방할 계획이다. 용남중학교에서 만큼은 학교가 더이상 성역이 아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다원이음터는 다원중학교 주차장 부지에 화성시가 건물을 쌓아 올려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화성시 거주민이라면 사진, 악기, 요리, 컴퓨터 등 다양한 강좌를 들을 수 있다. 중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마을동아리가 체육관을 빌려 쓰고, 연말에는 소극장에서 공연을 한다. 학교와 마을을 잇는 화성시의 실험은 7개 이음터로 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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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선진유치원의 유치원생과 학부모 40여 명이 용남중학교 미래교육관 피움라운지에서 제빵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용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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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생들만의 공간이었던 학교가 지역 사회에 교문을 활짝 열고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위기를 학교와 지역이 함께 극복하고, 교육·문화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학생과 주민이 함께 쓸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학교를 ‘평생 교육의 장(場)’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폐교 직전까지 갔었던 용남중학교는 이 같은 변신 덕분에 학생들 사이에서 ‘가고 싶은 학교’ 1순위로 꼽힌다. 용남중에 가기 위한 ‘위장전입’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처음부터 주민들을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2011년 전교생이 120명으로 쪼그라들면서 폐교 위기에 처하자 학교는 살아남기 위해 뭐든 해야 했다.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로 만들기 위해 학교에서 가장 폐쇄적인 교무실부터 뜯어 고쳤고, 교사들을 중심으로 수업 방식을 개선했다. 학교에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등 프로그램도 다양화했다. 흡사 카페와 같은 교무실을 학생들이 부담없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고 학교는 ‘공간의 힘’을 확신했다. 학생들의 얼굴이 밝아졌고 학교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 2015년 교육부 지정 농어촌 거점별 우수중학교로 선정돼 3년간 12억원을 지원받으며 공간혁신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그 결과 10년 만에 전체 학급 수가 6학급에서 26학급으로 늘었고, 학생은 현재 700명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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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남중학교의 변신을 주도한 최연진 용남고등학교장이 지난 20일 용남중 목공실에서 다양한 학교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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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남중의 변신을 주도한 최연진 용남고등학교장(전 용남중 미래교육부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학교를 지역사회에 개방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학교 분위기가 좋아지니 이런 분위기가 학교에 머물러 있지 않고 지역으로 뻗쳐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달라지는 게 눈에 보였거든요. 5년 전부터 다른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 수업 등 마을배움터를 운영하고, 마을 교사를 초빙해 학교에서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체육관과 250석 규모의 콘서트홀은 주민에게 상시 개방하는데, 최근에는 학교에서 500명 규모의 전당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학교에서 관리하죠.”

그는 “학교가 지역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각종 지원사업에 신청하며 여러 시도를 해보는 것”이라면서 “보안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 개념은 통제에 있지 않고, 항상 어떻게 하면 개방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남중은 최근 지역공동체 중심시설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마을교실과 체육관, 콘서트홀, 급식소로 구성된 1400여 평의 미래교육관인 ‘미래피움’을 개관했다. 최신식 과학실과 메이커실 등 미래형 교육환경도 갖췄다. 학교 부지에 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 예산 총 83억원이 합쳐져 완성된 복합시설이다. 사립학교라 가능했던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어느 교장이라도 4년 머물다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곳이 나의 학교라고 생각한다면 못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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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선진유치원의 유치원생과 학부모 40여 명이 용남중학교 미래교육관 피움라운지에서 제빵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용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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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만족도도 높다. 지난 23일 선진유치원에 다니는 7세 딸과 함께 용남중에서 제빵수업을 들은 학부모 김홍미 씨는 “집 근처 중학교에 제빵시설이 있어서 놀랐고, 주말에도 중학생들이 학교에 나와 봉사활동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면서 “아이들이 커서 용남중학교에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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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이음터 식물동아리 회원들이 모종을 심고 있다. [사진=다원이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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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다원이음터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이음터를 ‘우리동네 아지트’라고 부른다. 장미 다원이음터 본부장은 “이음터 건물 3·4층이 다원중학교와 다리로 연결돼 있어 일과시간에 학생들은 이음터의 체육관과 강의실을 사용하고, 그 외 시간에는 마을 동아리가 대관해 사용한다”면서 “이음터는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편안히 쉴 수 있는 쉼터이자 놀이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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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다원이음터 본부장이 지난 13일 경기도 화성 다원이음터에서 주민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국교육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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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용남중, 다원이음터와 같은 학교복합시설이 더 많이 나오도록 지난해부터 학교복합시설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23년부터 5년간 복합시설 활성화를 위해 교육부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공모사업 총 사업비의 최대 50%까지 지원한다. 지금까지 80곳이 학교복합시설로 지정됐다. 지난 8월 선정된 20개 공모사업의 경우 총 사업비 4620억원 중 2075억원을 교육부가 지원한다. 이 사업을 통해 서울 도봉구의 신창초등학교에는 수영장과 다목적 체육관, 돌봄교실이 들어선다. 강원도 속초에 있는 한 폐교는 복합교육체육센터로 탈바꿈해 생존수영센터와 북카페가 건립된다.

[사천·화성=권한울 기자]

매일경제·한국교육개발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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