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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가족계획' 배두나 "이번엔 감정 아예 걷어낸 무표정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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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한 능력 갖춘 어설픈 엄마 역…"정의롭지 않아 끌렸죠"

"표정 없는 연기 선호하지만, 유쾌 발랄한 연기도 하고싶어"

연합뉴스

배우 배두나
[쿠팡플레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맞아요. 전 무표정 연기를 선호해요. 마음은 감정으로 가득 채우고, 표정은 최대한 절제하면서 그 사이로 삐져나오는 감정을 보여주려고 하죠. 근데 이번에는 삐져나오는 감정조차 절제해야 했어요."

개성 있는 외모와 연기 색으로 국내외 영화계 거장들을 사로잡은 배우 배두나는 의외로 연기에 대한 대중의 호불호가 갈리는 배우 중 하나다.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감정 연기가 독보적이라는 호평과 함께 표정 없는 연기가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지적도 따라왔다.

쿠팡플레이 새 시리즈 '가족계획' 공개를 기념해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두나는 "관객에게 캐릭터의 마음을 들여다보게끔 만드는 연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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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두나
[쿠팡플레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연기할 때 표정을 많이 쓰는 걸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감정을 얼굴에 대놓고 드러내 버리면 관객이 능동적으로 제 마음을 들여다보기 전에 감정을 읽어버리기 때문"이라며 "더 깊게 들어와서 봐달라는 의미로 일부러 연기할 때 표정을 비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배두나가 이번에 연기한 한영수는 아예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캐릭터다. 어린 나이에 특수 교육대에 입소한 영수는 상대의 뇌를 장악해 기억을 조작하는 '브레인 해킹' 능력을 훈련받으며 감정 없는 '인간 병기'로 길러졌다.

배두나는 "'브레인 해킹'을 할 때 상대방의 고통을 느끼면서 눈물을 흘리는데, 그 장면에서조차 영수는 표정 없는 눈물을 흘린다"며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연기였다"고 되짚었다.

"NG가 많이 났어요. 감정이 들어가야 눈물이 나오는데, 감정 없이 눈물만 흘리는 건 새로운 모험이었거든요. 감독님이 계속 얼굴에서 표정이 보인다고 해서 여러 번 재촬영해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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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가족계획'
[방송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무자비하고 가혹한 훈련을 버티며 살던 영수는 열여섯의 나이에 엄마가 된다. 특수 교육대에서 만난 갓난아기 둘에게 묘한 애착을 느낀 그는 아기들을 데리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철희와 함께 기관에서 탈출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을 꾸린다.

배두나는 "초반에는 책으로 배운 것 같은 엄마의 역할을 해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늘 앞치마를 매고 부엌에 있는데, 결국 밥상에 올라가는 건 햇반과 스팸, 참치통조림 정도"라고 말했다.

영수의 자녀도 그가 다른 엄마들과 같지 않다는 것을 일찌감치 눈치챘다. 사춘기를 맞은 딸 지우(이수현 분)는 엄마를 '저 여자'라고 부르며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배두나는 "영수는 그런 지우를 보며 부러운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며 "영수도 어렸을 때 특수 교육대에 가지 않았으면 저렇게 멋모르고 살았을 텐데, 어린 나이에 아이들을 데리고 탈출하면서 아마 '너희에게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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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두나
[쿠팡플레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작품은 엄마 영수가 가족들과 합심해 주변 악당들을 처단하는 히어로물의 탈을 쓰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수와 그 가족의 모습은 여느 히어로와 다르다.

배두나는 "한동안 정의로운 형사 역을 많이 맡으면서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영수는 정의롭지 않은 캐릭터여서 끌렸다"고 떠올렸다.

이어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을 해치우는 모습이 우리가 보통 아는 히어로처럼 멋있지 않았고, 어딘가 어설픈 보통 사람 같아서 웃긴다고 느껴졌다"며 "오랜만에 너무 무겁지 않은 블랙코미디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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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두나
[쿠팡플레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99년 KBS 드라마 '학교'로 데뷔한 모델 출신 배우 배두나는 장르를 넘나드는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써왔다.

봉준호, 박찬욱 등 국내 유명 감독을 비롯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와이 슌지, 워쇼스키 남매, 잭 스나이더 등 해외 유명 감독들과도 작업했다.

그는 최근 장르물을 많이 했지만 로맨틱코미디, 슬랩스틱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모르실 수도 있어요. 제가 데뷔 초에 얼마나 유쾌 발랄한 걸 많이 했는지. 요즘 제게 들어오는 대본이 다 진지한 편이라 고민인데, 예능에 나가서 앞구르기라도 해야 하는 걸까요? (웃음)"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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