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11월 20일 리브랜딩한 '자이(Xi)'를 발표했다. 22년 만에 리뉴얼인 만큼 포부도 함께 밝혔다. "고객에게 최상의 주거 경험을 제공하겠다. 2023년 터진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딛고 더 나은 기업이 되겠다." 하지만 새 로고를 발표하기 바로 전날, 검단 아파트 철거 현장에선 노동자가 사망했다. GS건설은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았다. 이들은 대체 뭘 바꾸겠다는 걸까.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 리브랜딩 발표일 하루 전날 GS건설의 아파트 철거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사진=연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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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0일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가 새 옷을 입었다. 22년 만의 브랜드 리뉴얼이다.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목표점은 아니다.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주거공간을 넘어 정서적 만족감까지 충족하는 곳으로 진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어쩌면 GS건설이 지난 7월 발표한 비전 6개(고객지향·신뢰·자율과 책임·정도경영·미래지향·전문성)의 연장선일 수 있다. GS건설은 리뉴얼한 '자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고객에게 '최상의 주거 경험'을 제공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이날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자이 리브랜딩은 단순한 이미지 변화가 아닌 근본을 튼튼히 하는 밑거름"이라며 "더욱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더 행복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런데 바로 하루 전날(11월 19일) GS건설의 아파트 철거현장에서 또다시 사고가 터졌다. 굴삭기 전도 사고였다. 노동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목숨을 잃었다. 이곳은 2023년 4월 철근·콘크리트 강도 부족으로 지하주차장이 무너진 현장이었다. 붕괴사고 후 아파트를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겠다고 밝힌 GS건설은 지금까지 철거 작업을 진행해 왔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이례적인 일'이었느냐는 거다. 아니다. 안전수칙만 제대로 지켰다면 안타까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19일 참혹했던 그때의 일을 복기해보자. 검단 아파트 내장재를 철거하기 위해 투입한 굴삭기는 17층에서 18층으로 올라가는 중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나홀로' 굴삭기를 운전하던 노동자는 안전모를 쓰고 있었지만, 야속한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안전수칙상 현장에 함께 있어야 하는 안전관리자나 신호수(유도자) 등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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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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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굴삭기 전복 사고를 막을 '안전 기준'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17년 전에도 이미 있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 2007년 정리한 재해사례에서 철거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굴삭기 전도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안전 대책을 제안했다.
첫째, 철거 현장에 굴삭기를 투입할 땐 승강기로 이동해야 한다. 둘째, 승강기를 부득이하게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엔 경사도를 고려한 안전한 구조의 가설 통로도 설치해야 한다. 셋째, 신호수를 배치해 철거작업 시 굴삭기 운전자가 혼자 이동하지 않도록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2024년 11월 GS건설의 철거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진 게 거의 없었다. 굴삭기는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굴삭기가 이동해야 할 내부계단의 경사도는 만들어진 그대로였고, 성인 남성 두명이 간신히 설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았다.
GS건설은 사고 이후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철거 작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철거 작업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굴삭기의 구조적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계단폭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 때와 같은 크기의 굴삭기를 투입한다면 노동자는 또다시 '탑 없는' 안전의 사각지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철거 작업에 들어가는 노동자가 같은 위험을 떠안은 채로 작업해야 한다는 거다.
최창호 전국건설노조 인천굴삭기지회장의 말을 들어보자. "현장에 원래 있어야 하는 신호수도 배치하지 않고 가설통로도 없었는데 재발방지대책을 제대로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로선 인원을 더 투입해 미끄러짐을 막을 수 있는 바닥판이라도 설치해야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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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은 12월 첫째주에 검단 아파트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굴삭기 전복 사고의 재발방지대책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 계획에 굴삭기지회장이 언급한 '미끄럼 방지바닥판'이 들어있을지는 알 수 없다. 안전한 구조의 통로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거의 없다. 관건은 GS건설이 재발방지대책에 얼마나 큰 진심과 반성을 넣느냐다.
지금 GS건설에 필요한 건 브랜드 리뉴얼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고방지대책과 실천이다. GS건설은 재발방지대책으로 국민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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