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반도체 ‘쇄신 인사’
그래픽=백형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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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위해 메모리 사업부장과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장을 교체했다. 주력인 메모리 사업부는 전영현 DS(반도체) 부문장(부회장)이 직접 맡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챙긴다. 파운드리 사업부장 자리는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삼성전자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는 한 사장을 비롯해 사장 승진 2명, 위촉 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 규모로 이뤄졌다. 작년에 이어 최소 규모 승진이다.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아 한종희 부회장과 공동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인사 대신 필요한 핵심 보직을 바꿔 경쟁력 강화와 조직 안정을 함께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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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술 리더십 회복에 초점
삼성전자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위기론이 불거진 반도체 부문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수장을 동시에 바꾸고, 사장급 보직을 2개 신설하는 등 조직을 대폭 보강한 것이다.
HBM 시장에서 적기 대응을 놓친 메모리사업부 수장 교체는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업계에서는 “전영현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반도체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특단의 조치로 보인다. 전 부회장은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도 겸임하기로 했다.
매년 수조 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부장도 교체됐다. 파운드리 시장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면서 분사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파운드리 사업부에 사장급을 2명 배치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파운드리 사업부장을 맡게 된 한진만 사장은 내부에서 ‘미국통’으로 불린다. D램·플래시설계팀을 거쳐 SSD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맡았던 한 사장은 2022년 말 미주총괄로 부임했다. 삼성전자는 “한 사장은 기술 전문성을 갖추고 글로벌 고객들을 대응해온 경험이 풍부하다”며 “공정 기술 혁신과 함께 핵심 고객사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 파운드리 경쟁력을 한 단계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사업부에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했다. 이 자리는 반도체 공정 개발 및 제조 전문가인 남석우 사장이 맡는다. 남 사장은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 제품 공정 개발을 주도했고, 메모리·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 DS부문 제조·기술담당 등을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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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부문에 신설된 사장직에는 회사 내 전략 핵심 인력을 배치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에서 반도체 업무를 담당하던 김용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신설된 DS부문 직속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을 맡았다. 박학규 DX(가전·스마트폰·TV) 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이 사업지원TF 담당으로 옮겨 반도체 사업을 챙긴다. 삼성전자 내 핵심 전략·재무통 2명을 반도체 부문에 전진 배치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파운드리 사업부장을 교체하고, 핵심 인력을 주요 보직에 발탁하면서 신상필벌의 메시지를 보내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품질혁신위 신설, 한종희 부회장이 맡아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한종희 부회장 단독 체제에서 ‘투톱 체제’로 전환했지만, 한 부회장과 정현호 사업TF부회장을 유임시키며 기존 체제를 크게 바꾸진 않았다. 아직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남아있고, 내년에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등 대외적인 상황도 급변할 가능성이 커 쇄신보다는 조직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다.
반도체 이외 부문에선 거의 변화가 없다. 한종희 부회장은 기존처럼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과 생활가전(DA) 사업부장을 맡으면서 DX부문장 산하에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제품 품질을 높이고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전자제품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향후 조직 개편을 통해 브랜드전략위원회나 브랜드전략실 등 관련 조직이 추가로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 실장 자리에는 지난해 12월 퇴임했었던 이원진 상담역이 복귀하면서 맡는다. 구글 총괄 부사장 출신인 이원진 사장은 2014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서비스사업팀장으로 영입됐다. 이후 2020년부터 무선사업부 서비스사업팀장을 맡으며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2021년 7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창립 멤버였던 고한승 대표는 경계현 사장 대신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았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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