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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동상이목]우리금융 '회장'이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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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더벨 이진우 국장




도대체 왜 그랬을까.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로 영어의 몸이 될 위기에 처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얘기가 나오면 다들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다. 궁금하다기 보다는 황당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요즘 세상에 이런 부당대출이 일어난다는 것도, 이걸 당시 회장이 알았다는 것도, 몰랐다는 것도 다 말이 안된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기치로 야심찬 행보를 보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피의자'로 적시되면서 연임에 실패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처지가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검찰의 수사와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에 따라 거취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최근 다시 잠잠해 진 듯 했던 무언의 퇴진 압박이 다시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현직 최고경영자들이 벼랑 끝에 서 있으니 안팎이 조용할리 없다. 사공들이 넘쳐난다. 자칭 우리금융을 잘 안다는 내외부 인사들이 사태의 내막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며 슬며시 숟가락을 얹는다. 자리를 탐내거나 어떤 이득을 취하려는 심산도 보인다. 제보도 조언도 자신의 이해관계에 유리한 쪽으로 하기 마련이다.

여러 은행이 합쳐지고 공적자금까지 받았으니 안그래도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 파벌 싸움 등이 횡행해 온 곳이다. 무슨 일이 생겨도 별로 이상할게 없다. '임종룡 회장 체제'를 계기로 명실상부 금융지주 완성체를 만들고 덤으로 불행한 갈등의 역사를 끊을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도 다시 옅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우리금융의 시계는 다시 거꾸로 간다.

우리금융 역대 최고경영자들 역시 순탄치 않게 보낸 이들이 여럿이다. 내부의 불화, 파벌간 견제, 관료와 정치권의 인사 및 경영 개입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역대 회장을 찾아 보니 윤병철(2001~2004년, 하나은행 출신), 황영기(2004~2007년, 삼성·KB금융 출신), 박병원(2007~2008년, 재정경제부 출신), 이팔성(2008~2011년, 한일은행 출신), 이순우(2011~2014년, 상업은행 출신) 등이 있다. 초기에는 외부, 공적자금 상환 및 민영화 이슈 이후에는 내부와 외부 출신이 섞여 있다.

초대 윤병철 회장은 설립 초기인만큼 내부 장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과 마찰을 빚는 등 내홍을 겪었다는 전언이고 삼성과 KB금융을 거친 황영기 회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에너지로 조직을 장악해 갔지만 재벌(삼성) 출신이란 이유로 견제도 많이 받았다. 관치인사란 평가를 받았던 '박병원 회장, 박해춘 행장' 체제 역시 외풍과 내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내부 출신 중에는 이명박 정부 '금융권 4대천황'으로 불리던 이팔성 회장이 단연 눈길을 끈다. 이순우 회장도 연임을 포기한 배경에 정권 실세의 그림자가 있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 뒤를 이은 손 전 회장은 사법처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고 임 회장도 그야말로 풍전등화다. "뒤에 누군가 있다"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 등등의 뜬소문도 그럴듯하게 나돈다. 이런 와중에 우리금융 회장들의 역사를 되짚자니 묘한 기시감(旣視感)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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