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상식을 마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본상에 해당하는 대상 수상작보다 더 많은 부문 상을 차지했음에도 어떻게 그 작품이 대상을 차지하지 못했느냐는 것이고, 또 한가지는 소속 직원의 비위로 말미암아 감사원의 감사까지 받은 바 있는 전임 게임물관리위원장이 어떻게 '공로상'을 받게 됐는지, 그 진상 경위에 대한 풍문들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 민간 단체에서 정부를 상대로 수상작 선정과정과 관련한 정보 공개 청구서를 제출하고 답변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진행된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 결과에 대해 심사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된다며 심사위원의 명단과 약력, 심사 평정표 등 구체 항목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가 때 아니게 난처한 처지에 빠지게 됐다. 민간단체의 정보공개 청구서가 법적인 효력 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와 관계없이, 업계에서는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시상식을 두고 이같은 일이 빚어졌다는데 대해 매우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화부는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 이 민간단체에서 요구한 정보공개 요청 자료를 조만간 정리 되는대로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자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입안하고 제정하는데 일조해 왔다. 게임상 가운데 또다른 성격의 상인 '이달의 우수게임'을 제정할 당시엔 산업이 말 그대로 일천했다. 산업의 동력이자 잔디역을 맡아줄 게임들이 절실했다. 그래서 매월 우수게임을 선정해 그들을 부양하고 산업의 자양분이 되도록 했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그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한 게임과 게임인에게 주는 상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반영해 제정한 상이었다. 게임으로만 본다면 '이달의 우수게임'이 예선전이 됐고,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본선인 격이 됐다. 또 이를 통해 게임 산업인으로써 자긍심을 심어주자는 취지가 컸다.
그 당시 유 진룡 과장(전 문화장관)과 김 용삼 계장( 전 문화차관)의 역할은 지대했다. 뒤늦게 본상인 대상의 품격이 대통령상으로 올라가긴 했지만, 그 시기, 중앙 부처에서는 게임계를 위한 상의 품격을 논하는 것조차 난색을 표명했다. 예컨대 '아이돌 문화'에 무슨 대통령상이냐는 식이었다. 그래서 겨우 국무총리 상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제정된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어느덧 30년에 가까운 성상을 쌓게 됐다. 그러면서 업계에서는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런데 지금, 그 어렵게 일궈놓은 상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이같은 여러 소문과 설에 대해 나쁘다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바람직하다고도 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발전을 위한 고통이라면 감내해야 한다고 하겠지만,이같은 지적은 솔직히 결이 다른 얘기다.
더군다나 상을 휩쓸다 시피한 게임이 정작 대상을 받지 못했다는 데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 또한 납득할 수 없는 지적이자 반발이다. 국제적인 영화제에서도 이같은 사례는 적지 않다.
여기에다 글로벌 게임 시상식이라고 하는 '더게임 어워드'에서 유일하게 노미네이트된 한국 작품인데 그 상이 본상을 수상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논리는 상당히 종속적이자 식민주의적 발상이다. 특히 이 상이 권위있는 상이라고도 할 수 없다. 겨우 10여년 정도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글로벌 형식을 취해 수상자를 가리고 있으나 그 성격은 더 상업적이고 미국적이다. '대한민국 게임대상'과는 비교대상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너무 상업적인 성과만을 가지고 게임을 평가하는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고민할 시점에 있다 할 수 있겠다.
이번 사태의 논란의 불씨가 된 듯한 전임 게임물관리위원장에 대한 공로상 수상자 결정은 사족이다. 차라리 별도의 자리에서 그의 노고를 위로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아쉬운 대목이다.
언필칭, 납득하긴 어려워도 흠집을 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심사위원 명단 공개 및 약력, 그리고 심사 평정표 등에 대한 정보 공개 요청은 또다른 불씨를 야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심사숙고해야 한다.
여기서 조금 덧붙이자면, 정보공개 청구서를 제출한 이 민간단체의 행보인데,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고, 자신들의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여지지만,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시대변화에 따라 이 단체의 역할도 앞으로 증대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목소리부터 키울게 아니라 차근차근 내공을 쌓는 길부터 먼저 찾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업계에 필요한 소금이 될 수 있다.
어쨌든 이번 일로 인해 주최측인 문화부와 주관사인 게임산업협회의 체면이 말이 아니 게 됐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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