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 갈래” 169㎝에 102㎏ 찌운 남성…식단표 짜준 친구도 유죄

2023년도 2월 1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병무지청에서 입영대상자들이 신체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다. /뉴스1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체중을 증량한 2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살이 찌도록 도운 남성의 지인도 방조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단독11부(판사 서보민)는 지난 13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6)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병역법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된 B(26)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10월 17일 첫 병역판정검사에서 신체등급 2등급 판정을 받아 현역병 입영 대상이 됐다. 그는 대학입시, 자격증 시험, 출국 대기 등의 사유를 들며 입영을 여러 차례 연기했다.

2022년 9월 재병역판정검사 대상이 된 A씨는 체질량지수(BMI) 35 이상시 신체등급 4등급 판정을 받아 보충역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체중을 늘리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친구 B씨가 짜준 식단표를 따라하며 살을 찌웠다. 식사량을 2배로 늘리고 칼로리 소모량이 높은 아르바이트는 그만뒀다. 그는 측정 직전에는 많은 물을 마셔 인위적으로 체중을 늘리기도 했다.

그 결과 2022년 12월 7일 재병역판정검사에서 A씨는 신장 168.9㎝, 체중 105.4㎏, BMI 36.9로 측정됐다. 2023년 2월 실시된 1차 불시 재측정에서는 신장 168.6㎝, 체중 102.9㎏, BMI 36.1 수치가 나왔다.

A씨는 2023년 6월 이뤄진 2차 불시 재측정에서는 신장 169㎝, 체중 102.3㎏, BMI 35.8로 신체등급 4급을 최종 판정 받았고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이 됐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수시로 A씨의 체중 목표치를 설정해주고 “보충역으로 복무하게 됐을 때의 이득을 생각하라”며 동기 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재판에서 A씨가 말만 하고 실천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정신적 방조행위에 해당한다며 B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보민 판사는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고 피고인들이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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