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났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사진은 루크 강 아태지역 총괄.[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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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다.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한 후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면서다. 올 2분기엔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문제는 이게 콘텐츠가 아닌 요금제와 광고 덕분이란 점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여전히 '볼만한게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과연 '콘텐츠 왕국'이란 영광을 다시 누릴 수 있을까.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란 명성에 걸맞지 않게 OTT 시장에서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다소 뜻밖입니다. 한때 애니메이션 시장을 주름잡았던 수많은 작품을 비롯해 스타워즈·마블·픽사 등 굵직한 지식재산권(IP)을 갖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국내 시장의 상황을 먼저 볼까요?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의 올 10월 기준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는 224만명으로, 넷플릭스(1180만명), 쿠팡플레이(761만명), 티빙(705만명), 웨이브(260만명)에 이어 5위에 머물렀습니다. 6위는 60만명을 기록한 '왓챠'입니다.
OTT 앱을 하나만 쓰는 '단독 사용자 비율'은 더 초라합니다. 디즈니플러스는 MAU 꼴찌인 왓챠(17.0%)보다 더 낮은 16.0%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디즈니플러스 콘텐츠에 매력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해외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OTT 분석 플랫폼 저스트워치는 지난 10월 8일(현지시간) 디즈니플러스의 3분기 시장 점유율이 전년 동기 1.0%포인트 상승한 12.0%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표면적으론 괜찮은 수치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22.0%)와 넷플릭스(21.0%)의 점유율보다 10%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죠.
구독자 수가 부족해서인지 실적도 신통치 않았습니다. 디즈니플러스 모기업인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스트리밍 부문 영업손실은 2022년 14억7000만 달러(약 1조9279억원·이하 3분기 기준), 2023년 3억8700만 달러(약 5076억원)에 달했습니다.
[사진 | 디즈니플러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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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디즈니플러스가 선택한 전략은 '개편'입니다. 매년 적자를 기록했던 사업구조에 메스를 댔습니다. 2022년 말 '광고 요금제'를 도입한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요금제는 이용자가 광고를 시청해야 하는 대신, 가격이 9900원으로 광고 없는 기존 요금제(1만3900원)보다 저렴합니다. 싼 가격으로 문턱을 낮춰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광고 수입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게 디즈니플러스의 노림수였습니다.
3분기 영업이익은 3억2100만 달러(약 4506억원)로 7배나 커졌습니다. 불과 1년 전에 비슷한 규모의 적자(3억8700만 달러)를 기록했던 걸 감안하면 개선 효과가 꽤 뚜렷합니다. 디즈니플러스는 "신규 가입자의 60.0%가 광고 요금제를 선택하면서 광고 수익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디즈니플러스에 아직 '한방'이 남아있긴 합니다. 디즈니플러스는 오는 12월 4일에 드라마 '조명가게(주지훈·박보영 주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한국의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동명 작품입니다. 디즈니플러스가 지난해 강풀 작가의 또다른 웹툰 '무빙'을 드라마화해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던 만큼, 조명가게도 론칭 전부터 이용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죠.
디즈니플러스는 내년에도 인기 배우를 기용한 한국 드라마를 꾸준히 선보일 계획입니다. 라인업은 1월에 공개되는 김혜수 주연의 '트리거'를 시작으로 '하이퍼 나이프(설경구·박은빈)' '나인 퍼즐(손석구·김다미)' '넉오프(김수현·조보아)' '파인(류승룡)' 등입니다. 이를 알리기 위해 지난 2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4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엔 해당 작품에 참여하는 주연 배우들이 총집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가 기대하는 '한방'이 터질지 '쪽박'을 찰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한방 전략'보단 IP에 전략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성철 고려대(미디어학) 교수의 말을 들어볼까요?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마블 등 흥행력을 가진 IP를 갖고 있는데도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해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도 좋지만 애콜라이트의 사례처럼 기존 IP를 잘 살릴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사진 | 디즈니플러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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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를 인지한 듯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기존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렸던 디즈니의 팬축제 'D23'에서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아바타3, 토이스토리5, 주토피아2, 겨울왕국3 등 인기 IP의 후속작을 제작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디즈니플러스에서 인기를 끌었던 스타워즈 스핀오프 드라마 '만달로리안'도 후속작을 제작해 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숙제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기존 IP를 활용한 작품이 론칭하는 데까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장난감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5'는 2026년 6월로 개봉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또다른 디즈니 인기작 중 하나인 주토피아2와 겨울왕국3도 각각 2025년 11월, 2027년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디즈니플러스로선 당장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작품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막 적자의 늪에서 탈출한 디즈니플러스는 '콘텐츠 왕국'이란 별칭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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