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4사, 구글 앱마켓서 ‘담합’했나?… 공정위 제소

경실련 등, 美​ 법원 자료 근거

“게임사들, 광고비·리베이트 등

구글로부터 불공정 특혜 받았다”

업계 “사실무근…불법 없었다”

앱마켓 플레이스토어를 운영하는 구글이 국내 일부 게임사에 광고 입찰, 수수료 등과 관련해 비공개 특혜를 제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 등 시민단체는 이들이 시장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게임 시장의 경쟁을 저해했다며 구글 및 국내 게임사 4곳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21일 서울 종로 경실련 강당에서 경실련·한국게임이용자협회·한국게임소비자협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 신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경실련 제공

한국게임이용자협회, 한국게임소비자협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1일 서울 종로 경실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글과 국내 게임 4사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이에 담합한 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게임 4사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앱을 출시하는 대가로 구글에 낸 수수료를 일부 돌려받거나 광고 혜택 등의 지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신고인들이 근거로 제시한 것은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구글이 패소한 ‘에픽게임스 대 구글’ 반독점 소송에서 나온 문건이다. 문건에 따르면 구글은 2019년 8월 ‘프로젝트 허그(Project Hug)’를 체결해 국내 게임사 4곳(엔씨·넷마블·컴투스·펄어비스)을 포함한 글로벌 게임사 20곳과 협약을 맺고 이들 업체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게임을 독점 배포하거나 구글에 인앱결제 수수료를 지불한 데 대한 대가 성격으로 수익을 공유하는 협약을 맺었다.

신고인들은 이를 바탕으로 구글이 2019년 8월 국내 게임 4사와 담합해 총 10억4300만달러(약 1조2667억원) 상당의 부당 거래를 일으켰다고 봤다. 또 허그 계약을 통해 엔씨소프트가 2억7000만 달러(약 3279억원), 넷마블이 1억4800만 달러(약 1797억원), 컴투스가 8200만 달러(약 996억원), 펄어비스가 6400만 달러(약 777억원)의 불건전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추산했다.

프로젝트 허그 문건을 정리한 도표. 경실련 제공

프로젝트 허그 문건에는 원래 입찰 방식으로 이뤄지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내 광고 게시 가격을 정할 때 게임사들과 구글이 이를 담합한 정황도 담겼다.

신고인들은 이런 특혜가 게임 시장의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변호사)은 “플레이스토어 ‘피처링 광고(1면 광고)’에 오르려면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고, 작은 게임사들은 이를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면서 “이 광고가 사실 상위 게임사에게 우선 제공됐다는 점에 많은 중소게임사는 분노하고 있다. 이는 게임사들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문제적 행위”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상품 구매 시) 이용자는 구글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를 일부 포함해서 지불하는데, 소비자가 낸 돈의 일부가 광고의 형태로 게임사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가격을 구성하는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제공

신고인들은 프로젝트 허그 전인 2016년∼2018년 공정위가 구글 독점 강화행위에 대해 국내 대형 게임사들을 조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게임 4사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독점력 유지에 협력하는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임을 알고 있었으며, 고의성이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성 게임소비자협회장은 “차별 없는 환경 속에서 소비자와 개발자가 상생하는 건강한 게임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착취적인 행태를 처벌해 달라”며 올해 12월 중소 게임사들과 집단조정 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글과 게임 4사는 시민단체들이 무리한 주장을 한 것이며 불법 행위는 없었다고 반발했다. 엔씨소프트는 “특정 플랫폼사의 영향력을 높이는 대가로 다른 회사나 이용자에게 피해를 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넷마블·컴투스·펄어비스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구글코리아도 “경실련이 주장하는 해석은 사실과 다르다”며 “구글 플레이는 한국 개발자와 이용자들에게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타 앱 마켓과 성실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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