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가 깊어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부쩍 늘어났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각종 지원책을 강구하고,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자찬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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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시각이 점점 암울해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불과 한달도 안 돼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2%에서 2.0%로 내렸다.
IMF는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에 못 미치는 1%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소매업과 건설을 비롯한 내수가 부진한 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중국의 밀어내기 저가 공세, 미ㆍ중 갈등, 우크라이나ㆍ중동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출혈 수출 공세는 이미 국내 중화학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포스코가 1제강공장에 이어 45년 넘게 가동한 포항 1선재공장을 19일 폐쇄했다. 현대제철도 포항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 한화솔루션이 3분기에 일제히 적자를 냈다.
중국은 최근 3년간 에틸렌 생산설비를 2500만톤(t) 늘렸다. 이는 한국 전체 생산능력의 두 배에 육박한다. 그 여파로 빅3 석유화학 업체의 공장가동률이 70∼80% 아래로 내려갔다. LG화학은 여수 NCC 제2공장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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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도 위기를 절감하며 알짜사업까지 매물로 내놓는 고육책과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SK는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 세계 1위인 SK스페셜티 매각을 진행 중이다. CJ는 핵심 사업인 바이오사업부를 팔기로 했다. LGㆍKT와 벤처기업 선두주자인 엔씨소프트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삼성과 롯데 그룹 임원들은 주말에도 비상근무한다.
정부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건실한 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쓰러지지 않도록 세제ㆍ금융 지원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임금ㆍ고용 체계 개선과 산업구조 개편 등 근본적인 구조 개혁도 절실하다. 하지만 정부의 상황 인식은 안이하다. 보고 싶은 경제지표만 내세우며 "위기를 넘겼다"고 강변한다.
온 국민이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는 것을 목격했다.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요인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주택 매입이란 점도 안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는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고 주거안정을 이뤘다는 정책성과 자료를 내놨다. 재건축 규제 합리화 및 분양가상한제 완화, 신규택지 21만5000호 발표, 1기 신도시 재정비 등의 상찬을 곁들였다.
정부가 카르텔 운운하며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해 국내 과학기술 연구 기반을 와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성찰해야 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도형 연구개발(R&D)로의 혁신, 내년 R&D 예산 역대 최대 규모 편성을 성과로 거론하는 자료를 냈다.
성과가 괜찮으면 정부가 굳이 홍보자료를 내놓지 않아도 두루두루 찾아서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생리다. 성과는커녕 산업 현장 및 환경 변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부작용을 잉태한 판에 그럴싸하게 포장한 자료를 내놓고 브리핑해봤자 빈축만 산다.
정책 혼선도 비일비재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디딤돌 대출 규제를 번복하는 소동을 벌였다.[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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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혼선도 비일비재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일관성 없는 가계대출 억제 발언으로 금융소비자에게 혼선을 초래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디딤돌 대출 규제를 번복하는 소동을 벌였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박춘섭 경제수석비서관은 존재감이 거의 없다.
국정은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윤 대통령이 구상 중인 내각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또다시 돌려막기 인사에 그쳐선 안 된다. 실물경제에 밝고 국제 감각이 있는 기업인 출신 등 국정을 창의적으로 책임지고 해낼 인물을 찾아 자리를 맡기는 일부터 이뤄져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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