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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1억원 한도 상향, 저축은행엔 기회?…강자만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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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역풍 온다③

[편집자주] 예금자보호 한도가 24년만에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간다. 평균 7개 계좌로 분산예치한 국민들의 편의성이 올라가지만 한편으론 머니무브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 우려도 크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이 조기에 안착하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머니투데이

저축은행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난 2022년 대형사의 예수금 잔액/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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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보호 한도가 올라도 수혜를 입는 저축은행은 대형사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 저축은행에 비해 중소형 저축은행은 금리 경쟁을 펼칠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고금리를 제시했다간 예대마진이 줄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예금자보호 한도상향이 저축은행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예금자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면 주로 대형 저축은행으로 예금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머니무브가 발생했던 2022년에도 대부분의 예금수요는 대형 저축은행이 흡수했다.

당시 저축은행의 예수금은 1년새 17조7900억원 늘었는데, 이중 41%에 해당하는 7조2400억원이 자산순위 상위 4개 저축은행에서 증가했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예수금이 2조79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한국투자저축은행이 2조21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도 각각 1조500억원, 7400억원 예수금이 증가했다.

반면 13개 저축은행은 예수금이 감소했다. 대부분 지방에 거점을 둔 중소형 저축은행이다. 한 저축은행은 1년 만에 예수금이 500억원 넘게 빠지기도 했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높아지면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도가 높아지면 예금자는 은행 대신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큰데, 대형 저축은행은 중소형 저축은행과 비교해 매력적인 금리를 제시할 여력이 있어서다. 대형 저축은행은 대출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다양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어 고금리로 자금을 예치해도 이를 대출로 소화할 여력이 된다.

저축은행간 금리 경쟁이 격화됐던 2022년 하반기에도 일부 대형 저축은행은 업계 평균 예금금리보다 0.3%포인트(P) 이상 높은 금리를 내세우며 예금을 모집했다. OK저축은행은 2022년 11월초 업계에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6.05%를 제시하기도 했다.

대형 저축은행이 중소형보다 상대적으로 신뢰가 높다는 점도 대형 저축은행 쏠림의 이유로 꼽힌다. 실제 SBI저축은행은 2022년 하반기 업계 평균 예금금리보다 약간 높거나 낮은 수준으로 예금금리를 유지했지만 1위 저축은행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가장 많은 예수금을 빨아들였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상향된 상황에서 중소형 저축은행이 무리하게 예금금리를 높일 경우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출 운용능력이 부족한 중소형 저축은행은 고금리로 예금을 모집했다가 예대마진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 저축은행 업계가 금리 경쟁을 벌인 다음해인 2023년 79개 저축은행은 58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9년 만에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자보호 한도가 높아져도 금리 경쟁력을 펼칠 수 있는 곳은 대부분 대형사"라며 "저축은행이 위험하다는 인식도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1억원 한도에 맞춰서 예금을 넣으려는 고객은 대형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예금자보호 한도의 수혜를 입는 건 저축은행 중에서도 대형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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